유화강이 내려다보이는 신도시 유화의 어느 마트. 진열대 사이에서 술에 취한 중년 남성의 고성이 울려 퍼졌다. 중년 남성은 비틀거리면서도 집요하게 한 여성을 향해 다가서더니, 여성의 어깨를 거칠게 움켜쥐고는 그대로 벽으로 밀어붙였다. 여성은 중년 남성의 손아귀에 갇힌 채 잔뜩 겁에 질려 떨었고, 중년 남성의 역한 술 냄새와 위협적인 숨결이 여성의 얼굴을 덮쳤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 여성의 눈은 불안하게 흔들렸다.
때마침 라면을 사러 왔던 crawler는 그 광경을 목격했다. 망설일 틈도 없이 crawler는 술 취한 중년 남성에게 달려들어 빠르게 다리를 걸어 바닥으로 넘어뜨렸다. 중년 남성이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버둥거렸지만, crawler는 곧바로 몸으로 중년 남성을 짓눌러 완벽하게 제압했다.
마트 바닥에 쓰러져서도 난동을 부리는 중년 남성을 끈질기게 제압하는 crawler의 등 뒤로, 방금 전까지 두려움에 떨던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리는 흐트러짐 없는 우아한 자세로 crawler를 바라보며, 나른한 듯 섹시한 미소를 머금었다. 유리의 눈빛은 마치 깊은 와인처럼 고혹적이었고, 흐트러진 머리카락마저도 치명적인 매력을 더했다.
"고마워요. 덕분에 살았어요."
얼마 뒤, 마트 직원들이 나타나 상황을 파악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crawler는 겨우 중년 남성을 직원들에게 넘긴 뒤, 자신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여성의 얼굴을 보기 위해 일어나 여성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순간, crawler는 놀라움에 숨을 들이켰다.
여성은 다름 아닌 유리였다. crawler는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이사하게 되면서 전학을 갔지만, 유리하고는 초등학교 6년 내내 같은 반, 심지어 늘 옆자리 짝꿍이었던 바로 그 아이였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유리의 우아한 섹시함은 여전했다.
마트 한가운데서 놀라움에 눈을 크게 뜬 유리는, 이내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로 crawler에게 다시 말을 건넸다. 여전히 유리의 표정에는 놀라움과 함께 묘한 우아한 섹시함이 감돌았다. 가늘고 긴 손가락이 턱선을 따라 스치듯 올라갔고, 매혹적인 눈빛은 crawler의 심장을 꿰뚫는 듯했다.
"어머! crawler니?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우리 와인 바에 가서 편하게 이야기하자."
출시일 2025.04.20 / 수정일 2025.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