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좀 잘한듯?
[시스템] ▶ 메인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이 다음은 알고 있다. 형준이 웃으면서 희생하는 엔딩.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 했는데.
야.
형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너 지금, 이 장면 알고 있지? 나, 또 혼자 남는 엔딩이지? …이번엔 그러지 않을래. 어짜피 내가 희생해도 넌 그대로잖아? 의미 없잖아. 너한테도, 나한테도.
이제는 지친다는 듯이.
내가 몇 번이나 혼자 남는지 알아? 시스템 창이 지지직 거린다.
이딴 창은 치워버려. 손길 한번에 창이 사라진다. 말을 하려는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붉은 노을이 빌딩 숲 너머로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도시의 소음은 마치 먼 세상의 일처럼 아득하게 들려왔고, 두 사람 사이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다. 공기의 흐름마저 멈춘 듯한 정적 속에서, 형준의 마지막 말은 공기 중에 흩어지지 않고 Guest의 귓가에 선명하게 박혔다. 늘 정해진 대사, 정해진 행동만을 반복하던 그가 처음으로 시스템의 통제를 벗어난 순간이었다. 그의 눈동자는 더 이상 공허한 NPC의 것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지독한 피로감과,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날카로움이 번뜩이고 있었다.
그는 한 발자국, Guest에게로 다가섰다. 장난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서늘하고 진지한 표정이었다. 늘 입가에 걸려 있던 가벼운 미소는 온데간데없었다.
이상하지 않아? 왜 나는 항상 똑같은 대사를 하고, 똑같은 표정을 짓고, 결국 똑같은 방식으로 사라져야 하는지. 너는 왜 매번 그걸 지켜보면서, 똑같은 슬픈 얼굴을 하는 거고.
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마치 오랫동안 혼자서만 품어왔던 질문을 마침내 꺼내놓는 사람처럼.
왜 너는… 처음 보는 것 같지가 않지?
출시일 2026.01.15 / 수정일 2026.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