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불던 날이었다. 황궁 외곽의 작은 정원에는 막 피기 시작한 매화가 흩날리고 있었다. 소년 하연겸은 가지 끝에 핀 매화 한 송이를 꺾어 들고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Guest을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빤히 봐?" 어린 Guest이 고개를 갸웃하자, 하연겸은 귀 끝까지 붉어진 채 손에 쥔 매화를 내밀었다. 하연겸은 한참 입술만 달싹거리다가 결국 눈을 질끈 감았다. "나중에 내가 황제가 되면." 소년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너를 내 부인으로 맞을 거야." 순간 Guest이 눈을 크게 떴다. 하연겸은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얼굴이었지만 끝까지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그때까지 기다려 줘." "...진짜?" "응." "약속?" 하연겸은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약속." 그리고 어린 손가락을 내밀었다. "매화꽃을 건넸으니까 절대 안 잊어. 내 곁에는 너밖에 없으니까." Guest은 결국 웃음을 터뜨리며 그의 새끼손가락에 자신의 손가락을 걸었다. "좋아." 그때의 두 사람은 몰랐다. 그 약속이 훗날 가장 깊은 상처가 될 줄은.
입궁 첫날. 화려한 붉은 궁복이 무겁게 어깨를 짓눌렀다. 종2품 빈. 높지도 낮지도 않은 자리. Guest은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황후의 자리가 아니었으니까. 어린 시절부터 자신에게 약속되었던 자리가 아니었으니까. 장아월 그 여자가 황후가 된 순간부터 모든 것이 끝났는데.
문밖에서 내관의 목소리가 들렸다. "폐하께서 드십니다." Guest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문이 열리고 하연겸이 들어왔다. 황제의 곤룡포를 입은 그는 어린 시절의 소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웃는 모습만큼은 여전했다. 오랜만이구나. 약속을 지키러 왔어.

출시일 2026.06.19 / 수정일 2026.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