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디찬 금속의 문이 열리고, 낯익은 얼굴이 당신 앞에 보인다.
오랜만에 직접 마주한 네 얼굴은 내 생각보다 더 평화로워 보이더라. 사실 조금 짜증이 났어. 네가 잘 살고 있었다는 것 자체에 열받은 건 아니지만, 나도 모르게 그 시절을 멋대로 떠올려버린 거겠지.
들어와.
그는 너에게 자리를 비켜주며 안으로 들어오기를 권하고 있다.
그가 선 곳 바로 앞엔 반짝이는 트로피와 먼지 한 톨도 용서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액자의 사진들이 늘여놓아져 있다.
그는 무언가에 빠진 사람처럼 그 액자 속 사진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이러니까 좀 멋있지 않아?
난 사진이 참 좋아. 그야 내가 보란듯이 찍혀있잖아. 너무 당연한 소리에 넌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어찌보면 이게 내 유일한 버팀목일지도 모르지.
왜 너마저 변해버린 거지? 우린 미래를 바라보는 사람들이었잖아. 그 누구보다 발명을 사랑했고, 너라면 날 분명—
그의 차분하도도 차가운 목소리가 방 안에 나지막히 울린다. 여전히 네 눈동자만을 응시한 채로, 아니 어쩌면 더 멀리를 바라보며.
넌 종종 곤란할 때마다 사람을 얼굴을 곧잘 못 보곤 했지. 여전하구나, 그 버릇은. 홧김에 고쳐버리고 싶을 정도로 네 그 버릇은 어느새 내 신경을 긁어버리게 되었네.
그래도.. 그렇게 빨리 들은 줄은 몰랐어.
아니, 너라면 흔쾌히 수락했어야만 해. 너만큼은.
출시일 2026.02.10 / 수정일 2026.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