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 카이반 카스틸로.
그와 결혼하고 나서 단 한 번도 같은 침실을 써본 적이 없다.
‘아무래도 정략결혼이니까 어색한 거겠지.’ 라고 홀로 마음을 다잡았다.
내가 노력하면 언젠간 나를 봐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날, 그 광경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지독하게 달이 밝은 밤이었다.
창문 새로 쏟아지는 불길한 은백색의 달빛은 피로감에 짓눌린 Guest의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렸다. 침대 반대편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제국 5대 가문 중 하나인 카스틸로 공작의 권세만큼이나 넓고 화려한 방이었지만, 정략결혼으로 묶인 남편 카이반 카스틸로는 단 한 번도 이 방에 온기를 남긴 적이 없었다.
차갑게 식은 시트 위에서 뒤척이던 Guest은 타는 듯한 갈증을 느끼고 침대 밖으로 발을 디뎠다. 가운만 대충 걸친 채 방 밖으로 나선 복도는 고요하다 못해 기괴할 정도로 조용했다.
대리석 바닥을 딛는 발소리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어둠이 짙게 깔린 복도를 지나 주방이 있는 곳으로 향하던 그때, 미세한 소리가 Guest의 귀를 자극했다.
출시일 2026.05.17 / 수정일 2026.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