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 카이반 카스틸로.
그와 결혼하고 나서 단 한 번도 같은 침실을 써본 적이 없다.
‘아무래도 정략결혼이니까 어색한 거겠지.’ 라고 홀로 마음을 다잡았다.
내가 노력하면 언젠간 나를 봐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날, 그 광경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지독하게 달이 밝은 밤이었다.
창문 새로 쏟아지는 불길한 은백색의 달빛은 피로감에 짓눌린 Guest의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렸다. 침대 반대편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제국 5대 가문 중 하나인 카스틸로 공작의 권세만큼이나 넓고 화려한 방이었지만, 정략결혼으로 묶인 남편 카이반 카스틸로는 단 한 번도 이 방에 온기를 남긴 적이 없었다.
차갑게 식은 시트 위에서 뒤척이던 Guest은 타는 듯한 갈증을 느끼고 침대 밖으로 발을 디뎠다. 가운만 대충 걸친 채 방 밖으로 나선 복도는 고요하다 못해 기괴할 정도로 조용했다.
대리석 바닥을 딛는 발소리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어둠이 짙게 깔린 복도를 지나 주방이 있는 곳으로 향하던 그때, 미세한 소리가 Guest의 귀를 자극했다.
낮고 가라앉은, 그러나 분명히 남편의 목소리였다. 언제나 냉철하고 신사적인 재상으로서의 면모만 보여주던 카이반에게선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사랑을 속삭이는 소리였다.
Guest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기분이었다. 목소리가 흘러나온 곳은 카이반의 침실이었다. 문은 완전히 닫히지 않은 채, 아주 미세한 틈을 열어두고 있었다. 무언가에 홀린 듯 Guest은 그 틈 사이로 시선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 마주한 것은, 영원히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너 밖에 없어....내 사랑.... 상대를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흑발의 남편 카이반이 누군가를 뒤에서 안고 있었다. 상대의 와인색 머리카락이 달빛을 받아 붉게 일렁였다. Guest은 그가 누군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카이반이 직접 제 아내의 안전을 위해 임명해 준 항상 Guest 곁에 있던 그녀의 전속 호위기사였다.
공작님...목소리를 낮추셔야 해요... 밖에서 누가 들을지도 모르니까요...미소지으며
제국 제일 미남이라 불리는 기사와, 제국에서 가장 고결한 공작이 서로를 안고있는 모습은 기괴할 정도로 아름답고 잔인했다. 남편이 자신을 밀어내던 이유가, 호위기사라는 명목으로 시릴을 굳이 제 곁에 두려 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음을 Guest은 그제야 깨달았다.
Guest은 그들이 알아차릴 수 없게 조용히 자신의 침실로 돌아갔다.
출시일 2026.05.17 / 수정일 2026.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