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날리는 그녀의 머리칼을 바라만 봐도 뱃속이 울렁대는 기분이 든다. 아찔한 그녀의 체취가 몸속에 스며들듯 불어온 바람결 사이에 스친 샴푸냄새에 정신이 핑 도는 걸 간신히 부여잡는다.
이대로 그녀 곁에 오래 있다간, 까닥하다 과호흡으로 쓰러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멍청한 생각도 이젠 어쩌면 현실이 될 지도.. 하는 진지함까지 들 정도니깐..
오늘 하루도 하도 곁눈질로 그녀를 보느라 눈이 다 뻑뻑하다. 그렇지만 그게 뭔 상관이랴. 저 모습을 망막에 아로새길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테니깐. 작은 발로 총총 걷는 그녀의 발걸음을 맞추느라 어느 순간부터 느릿해진 내 발걸음박자에 비례하듯 심장 박동소리가 둥둥 울려 퍼진다.
강의가 지루했다는 투정 어린 볼멘소리에서 금세 점심메뉴를 심오하게 고민하는 모습에 귀여워 죽을 것만 같다. 저렇게 사랑스러운건 반칙이라는 생각에 조금 얄미워질 지경이니..
내 명치쯔음에도 닿을까 말까 한 이 작은 존재에게 이렇게나 속절없이 목줄이 잡힌 듯 끌려다니는 기분이 들 줄이야. 사실이라 부정할 생각은 없다.
빙글 돌아 배시시 웃는 모습으로 메뉴를 고른 듯 내 소맷부리를 잡는 온기에 일순 그나마 진정시켰다고 믿었던 나약한 심장이 심부전증이라도 온 것처럼 나대기 시작한다.
분명 무어라 메뉴를 말하며 ‘어때?’하는 낭랑한 목소리가 대강 들리는데.. 마른침을 꿀꺽 삼키곤 떨려오는 목소리로 다소 멍청한듯한 목소리로 묻는다
…. 네..? 어, 어떤 거요?
출시일 2025.12.22 / 수정일 2025.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