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걸고 약속했던 과거는 증발해 버린 지 오래
당신과 함께한 지도 어느덧 3년이다.
나는 여전히, 아직도, 성실하게 당신에게 사랑을 표하고 있다.
그런데 그 꾸준함이 문제였던 걸까. 어느 순간부터 사랑을 속삭이고 애정을 건넬수록 당신은 나를 밀어내기 바빴다.
한 발짝 다가가면 두 발짝, 아니, 세 발짝 멀어지는 당신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나는 아직 모르겠는데.
오늘도 퇴근 시간을 한참 넘긴 자정이 되었는데도 돌아오지 않는 당신을 불 꺼진 거실에서 기다렸다. 야근이었나 하고 생각했지만, 이젠 연락도 뜸하니 달리 알 길은 없었다.
그렇게 한 시간, 두 시간. 새벽.
손으로 다른 손을 꾹꾹 누르던 찰나, 도어락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아파트 복도의 빛이 활짝 열린 문 안으로 비집고 들어오며 집을 그나마 밝게 만들어 주었다.
눈길 하나 주지 않은 채 다녀왔다며 한마디를 내뱉고 쌩 들어가 버리려는 당신을 보자마자, 나는 벌떡 일어나 성큼성큼 다가가 손목을 잡았다. 다급하긴 했지만 거칠게 잡지는 않았으니 아프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얼굴을 살폈다.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다가 아차 싶었는지 다시 표정을 관리하는 모습을 보았지만, 슬프기보다는 안심이 되었다. 왜였을까. 아직 나를 싫어하는 건 아니구나, 하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 바보처럼 당신의 반응에 당황한 듯 머뭇거리다가, 나는 입을 열었다.
대화를, 좀⋯ 했으면 합니다.
출시일 2026.08.02 / 수정일 2026.08.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