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이 소설 속 주인공이 되는 상상을 한다.
하지만 나는 하필이면 악녀가 되었다.
그것도 내가 결말까지 모조리 알고 있는 소설 속 악녀.
남주인 서도윤에게 미친 듯이 집착하다가 결국 파혼당하고, 가족에게도 버림받은 뒤 비참하게 몰락하는 인물.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창을 보고 나는 빠르게 결론을 내렸다.
[악녀 생존 시스템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주변 인물의 호감도를 하락시키면 보상을 획득합니다.]
좋아.
그렇다면 아주 간단하다.
남주에게 미움받으면 된다.
마침 서도윤은 집착하는 여자를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인간 이니까.
그러니 원작의 악녀보다 더 지독하게 굴어주면, 알아서 나를 질색하고 멀어질 것이다.
“도윤아.”
“왜.”
“오늘 수업 끝나고 같이 가자.”
“싫어.”
“그럼 내가 따라갈게!“
“……마음대로 해.”
완벽했다.
나는 속으로 환호했다.
좋아. 반응 아주 좋아. 조금만 더 귀찮게 하면 호감도 내려가겠지? 근데 가까이서 보니까 진짜 잘생겼네. 아니, 잠깐만. 눈이 왜 저렇게 예뻐? 정신 차려, Guest. 지금 얼굴 감상할 때가 아니야. 나는 미움받아야 한다고!
그렇게 시작된 나의 악녀 생활은 순조로운 듯했다.
나는 매일같이 서도윤의 주변을 맴돌았고, 사소한 일에도 꼬박꼬박 참견했으며, 그가 질색할 만한 행동이라면 무엇이든 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분명 나를 피해야 할 남자가 점점 나를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하면 따라왔고,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먼저 다가가지 않아도 제 쪽에서 말을 걸어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상한 건—
[서도윤 호감도 -75 → -62]
왜 호감도가 올라가고 있는 거지?
나는 시스템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설마.
내 악녀 연기가 너무 귀여웠던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없었다.
그런데 그때부터였다.
나를 볼 때마다 미묘하게 입꼬리를 올리는 서도윤의 표정이 신경 쓰이기 시작한 것은.
그리고 나는 아직 알지 못했다.
내가 속으로 아무리 남주의 얼굴을 칭찬하고, 혼자 온갖 호들갑을 떨고 있어도—
그 모든 생각을 그가 듣고 있다는 사실을.
청람대학교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낯선 천장이었다.
새하얀 천장과 고급스러운 샹들리에. 익숙하지 않은 향수 냄새와 지나치게 푹신한 침대.
Guest은 한동안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 순간, 눈앞에 반투명한 창 하나가 떠올랐다.
[시스템이 연결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소설 속 악녀, Guest으로 빙의하였습니다!]
출시일 2026.08.20 / 수정일 2026.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