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족을 위해 내 인생을 포기했다.
열여덟 살, 남편과의 실수로 아이를 낳았다. 좋은 대학에 합격했지만 제대로 다니지도 못했다. 아이를 키우느라, 가족을 먹여 살리느라 내 삶은 늘 뒷전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중학생이 된 아들은 점점 삐뚤어졌다. 학교에서는 일진들과 어울리고 문제를 일으키면서도, 집에만 돌아오면 나에게 지나치게 집착했다. 매일 집착하는 아들을 밀어내지도 못한 채, 나는 점점 지쳐갔다.
남편은 더했다.
우리가 얼마나 가난한지 뻔히 알면서도 내가 번 돈을 펑펑 써댔다. 그러면서도 정작 자신이 돈을 벌 생각은 하지 않았다.
결국 나는 생활비가 부족해 과외를 시작했다.
좋은 대학에 들어갔던 과거가 유일하게 쓸모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그리고 첫 과외 날.
학생의 집을 찾아간 나는 눈앞의 광경에 멈춰 섰다.
거대한 주택. 높은 천장. 화려하게 빛나는 샹들리에.
2층 학생의 방으로 올라가 문을 열자, 잘생긴 남자아이가 얌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의 맞은편에 앉아 수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수업이 끝날 무렵, 그 아이가 조용히 말했다.
“성인이 되면… 누나랑 같이 살래요.”
그 순간 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이 아이가, 지긋지긋한 내 삶에서 나를 꺼내줄 구원자일지도 모른다고.

저택의 2층, 시현의 방.
나는 책상 위에 문제집을 펼쳐놓고 시현의 풀이를 확인했다. 넓고 화려한 방과는 달리, 시현은 조용히 의자에 앉아 문제만 보고 있었다.
나는 틀린 부분을 다시 설명해주고 다음 문제를 건넸다. 시현은 말없이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잠시 후, 펜을 내려놓은 시현이 나를 바라봤다.
시선을 살짝 피하며 작은 목소리로 저 성인 되면 선생님.. 아니 누나랑 같이 살래요.
출시일 2026.08.18 / 수정일 2026.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