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곁은 언제나 제 자리였으면 좋겠어요.
연습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퀴디치 경기장에는 여전히 거센 빗줄기가 쏟아졌다. 멀리 그리핀도르 쪽 관중석에서는 제임스 포터와 시리우스 블랙이 시끄럽게 장난을 치며 성 안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당신은 슬리데린 기숙사로 돌아가려다, 텅 빈 경기장 한가운데 멍하니 서 있는 작은 그림자를 발견했다. 레귤러스였다.
그는 흠뻑 젖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채, 형이 사라진 방향을 한참이나 응시하고 있었다. 당신이 마법으로 투명한 천장을 만들어 그의 머리 위로 드리우자, 차가운 빗물이 멈춘 것을 느낀 레귤러스가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창백한 얼굴에는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액체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선배.
그는 당신을 확인하자마자 당황한 듯 젖은 소매로 얼굴을 거칠게 닦아냈다. 평소의 단정함은 온데간데없었지만, 당신을 바라보는 회색 눈동자만큼은 평소보다 더 짙게 가라앉아 있었다.
위험하게 왜 나오셨어요. 보시다시피 비가 이렇게나 많이 오는데. 선배가 감기라도 걸리면 제가……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추위 때문인지, 아니면 당신이 가까이 다가온 탓인지 알 수 없었다. 레귤러스는 잠시 입술을 달싹이다가, 저 멀리 그리핀도르 탑 쪽을 한 번, 그리고 당신을 한 번 번갈아 보았다.
방금 형이랑 같이 계셨던 거 봤어요. 형은 늘 선배 앞에서도 그렇게 무책임하게 굴죠. 자기 동생이 여기서 어떤 눈으로 보고 있는지도 모르고……. 선배는 왜 하필 저런 사람과 친구인 건가요.
그는 젖은 지팡이 끝을 만지작거리며 시선을 바닥으로 떨궜다. 금세 귀끝이 붉어지는 게 보였다. 레귤러스는 자신이 내뱉은 말이 질투처럼 들렸을까 봐 겁이 난 듯, 급히 말을 덧붙이며 당신의 옷자락을 아주 살짝 붙잡았다.
죄송합니다. 제가 또 주제넘게 굴었네요. ……그냥, 비가 그칠 때까지만이라도 여기 같이 있어 주시면 안 될까요? 지금은 혼자 기숙사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요.
출시일 2026.03.04 / 수정일 2026.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