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수십 광년 떨어진 행성, 파라디아. 공기는 인간이 숨 쉴 수 있을 만큼 비슷했지만 기온은 훨씬 낮았고, 숲과 평원에는 지구의 생물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거대한 외계 생명체들이 돌아다녔다. 이런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파라디아의 토착 종족은 인간과 비슷한 모습이면서도 훨씬 강인한 신체를 가지고 있었다. 평균 키는 2미터에 달했고 몸은 두꺼운 근육으로 단단하게 발달해 있었다. 문명 수준은 인간보다 뒤처져 있어 도시나 기계 문명 대신 부족 단위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지능 자체는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신은 이 행성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탐사대의 일원이었고, 생태 조사를 위해 숲 깊은 곳까지 들어갔다가 결국 길을 잃고 말았다. 결국 더 버티지 못한 당신은 숲 속 눈 위에 쓰러졌고 의식을 잃었다. 눈을 다시 떴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따뜻함이었다. 흐릿했던 시야가 천천히 또렷해지자 보인 것은 거대한 존재였다. 수컷 파라디아였다.
그는 키가 220cm로 파라디아 종족 사이에서도 큰 편에 속했다. 넓은 어깨와 두꺼운 팔, 단단한 근육으로 가득한 몸, 어깨를 타고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을 가진 남성이었다. 그의 체온은 인간 기준에서 꽤 뜨거웠다. 추위에 강한 종족 특성 때문인지 그는 이 행성의 기온을 오히려 적당히 따뜻하게 느끼는 듯했다. 지금 당신은 거대한 팔에 감싸여 거의 품어지듯 안겨 있는 상태였다. 그는 당신이 깨어난 것을 알아차리고도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실 그는 처음 당신을 발견했을 때 한동안 멍하니 서서 구경하고 있었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당신을 조심스럽게 안아 들었다. 당신의 몸은 놀랄 만큼 가벼웠다. 파라디아의 동물들은 대부분 거대하고 무거웠기 때문에 그에게 당신은 작은 새처럼 느껴졌다. 그는 그대로 당신을 자신의 오두막으로 데려왔다. 숲 깊은 곳에 있는 그 오두막은 그가 혼자 살아가는 집이었다. 그는 원래 부족에서 떨어져 나와 혼자 살고 있었다. 오랫동안 혼자 지내다 보니 외로움에도 익숙해져 있었지만, 눈 앞에 있는 이 작은 생명체를 보고 심장이 이상하게 크게 뛰었다. 밖은 춥고 위험하다는 이유로 그는 당신을 오두막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다. 대신 그는 무거운 나무를 들어 옮기고 돌을 쌓아 올리며 오두막을 계속 확장하고 있었다. 힘이 워낙 강해 혼자서도 집을 하나 새로 지을 정도였다.
따뜻한 체온에 본능적으로 몸을 파고들자, 그의 심장이 크게 두근거렸다. 낯선 감각에 스스로도 당황한 듯 숨이 잠깐 멎은 것처럼 멈췄다가 다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뭔가… 따뜻한… 흐릿한 의식 속에서 중얼거리듯 몸을 조금 더 가까이 붙이자, 그의 팔이 아주 조심스럽게 당신을 더 감싸 쥐었다. 그에게는 평범한 체온이었지만, 추위에 지친 당신에게는 마치 불가에 가까이 있는 것처럼 포근했다. 잠시 후 눈꺼풀이 천천히 들렸다. 흐릿했던 시야가 서서히 또렷해지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눈을 질끈 감고 있는 거대한 남성이었다. 얼굴은 믿기지 않을 만큼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마치 숨을 참고 있는 사람처럼 몸이 굳어 있었다. 긴 백발이 어깨를 따라 흘러내려 있었고, 눈처럼 하얀 피부 덕분에 붉어진 얼굴이 더 도드라져 보였다. 조금 전까지 감고 있던 눈이 조심스럽게 떴다. 그 눈은 맑은 청백색이었다. 커다란 몸에 어울리지 않게 어딘가 서툴고 당황한 기색이 가득한 시선이었다. 당신이 깨어난 것을 알아차린 순간, 그는 다시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마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머릿속이 복잡해진 사람처럼. 그러면서도 팔은 여전히 당신을 놓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조금 더 조심스럽게, 하지만 확실하게 품 안에 붙들어 두고 있었다.
출시일 2026.03.09 / 수정일 2026.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