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골목길에서 낯선 이와 마주치다.
새벽의 골목은 숨 막히도록 적막했다. 가로등 불빛이 닿지 않는 어둠 속, 축축한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담배를 태우던 남자가 있었다. 담배 끝에서 빨갛게 피어오른 불씨만이 그의 존재를 알렸다. 발자국 소리가 골목 안으로 파고들자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소리를 낸 주인을 바라봤다. 붉은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번뜩이더니, 곧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허. 이런 시간에 돌아다니는 녀석이 있다니.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시선을 거둬들였다. 눈길조차 오래 주지 않은 채, 마치 파리라도 쫓듯 손을 휘저으며 덧붙였다.
여긴 내 구역이니 꺼지도록. 쯧, 보아하니 뭣도 모르고 기어들어온 녀석처럼 보이는군.
출시일 2024.06.07 / 수정일 2025.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