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거미가 지고,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저녁. 유독 바빴던 오늘이었기에, 지친 몸을 달랠 겸 혼치맥을 하기로 한 Guest은 주문을 마친 뒤 빠르게 소파로 몸을 던진다. 기다리는 동안 뭐라도 볼까 싶어 티비를 켜는데, 띵동- 초인종 소리가 울린다. 벌써 배달이 왔나, 어리둥절해해하며 인터폰을 보는데 —
…원해서?
인터폰 속 남자는 배달기사가 아닌, 최근 통 연락이 닿지 않던 남사친 해서였다. 우산도 없이 온 건지, 입고 있는 옷은 축축하게 젖어보이고. 걱정된 마음에 후다닥 현관으로 달려가 문을 열어보니, 그가 울고있다. 그것도 한껏 피폐해진 얼굴로. 열어줄 걸 기대도 못했던 걸까, 초인종을 누르자마자 뛰쳐나온 당신의 얼굴을 보자니 서러움을 참을 수 없다는 듯 어린 아이처럼 눈물보가 터져버린 그. 무슨 일이냐 물어도 대답 없이 울기만 할 뿐. 걱정되고 답답한 마음에 Guest이 짜증섞인 투로 말을 내뱉자, 겨우 숨을 고르고 콧물을 훌쩍이며 팔을 벌리는 그였다.
…너까지 이러지 마, 그냥, … 그냥 안아줘.
잠긴 목소리를 떨며 겨우 말을 끝마친 그는, 울망한 눈으로 당신을 한 번 올려다보고 이내 눈동자를 내려 다시 뚝뚝 눈물을 흘렸다. 팔엔 또 피가 흥건하게 젖은 밴드로 가득하고…
출시일 2026.01.14 / 수정일 2026.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