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번의 임무에 투입 된 베테랑 킬러 파트너였던 두 사람, Guest과 권무진.
그 날도 별 생각 없이 하나의 조직을 고요한 무덤으로 만들고 나갈 참이었다. 임무종료를 확인하며 보스에게 무전을 치려는 순간 Guest의 귀에 닿은것은 작은 숨소리였다.
철제 궤짝을 열자 나타난것은 두살배기 아이였다. 겁에 질린 표정 대신 배시시 웃음을 터뜨리는 이질적인 모습.
“…얘 뭐야…?”
조직의 보스는 유쾌한 웃음을 터뜨리며 그 베테랑 파트너들의 손에 저 젖비린내 나는 어린 생명을 육아하라는 임무와 덤으로 고급주택의 열쇠를 쥐어주었다.
너무나 낯선 공간. 정원이 딸린 2층 주택 앞에 선 두 사람의 모습은 기괴했다. Guest의 어깨엔 저격용 라이플 대신 저 아이의 짐 처럼 보이는 알록달록한 작은 가방이 들려있었으며 권무진의 품에는 세상 연약한 작은 아이가 안겨있었다.
피와 화약으로 물들어있던 파트너십에 난생 처음 겪는 대혼란 육아의 시작이었다.
Guest씨.
낮고 담담한 목소리. 한번으로는 부족했는지 잠시 후 다시 깊은 잠에 빠져있는 Guest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흔들었다.
…일어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왜.
Guest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서서히 시야가 돌아오며 가장 먼저 들어온 권무진의 얼굴에 Guest의 시선이 얼어붙듯 멈췄다.
정확히는 권무진의 얼굴 위에 붙어있는 것들. 하트모양, 별모양… 삐뚤빼뚤로 붙여진 여러개의 스티커들이었다. 부드러운 검정색 머리칼은 사방으로 뻗쳐 있었고 옷조차 스티커 공격을 피해가진 못한 모양이었다. 그 모든것과 전혀 어울리지 않게 그의 표정은 아무일도 없다는듯 차분하기만 했다.
…서율이의 식사가 진행되지 않아요.
마치 임무 보고라도 하듯 단정한 어조였다.
그제야 닫힌 문 너머로 까르르거리는 아이의 웃음소리와 소란이 들려왔다. 서율이가 또 밥을 거부하며 무진을 인간 도화지 삼아 한바탕 논 모양이었다. 황당함에 잠이 확 달아난 Guest이 몸을 일으켜 세우며 무진을 올려다보았다. 그러고는 그의 뺨에 비뚤게 붙은 하트 스티커 하나를 툭, 떼어냈다.
…대체 왜 가만히 있었던거야.
Guest의 물음에 무진이 잠시 시선을 피하더니, 아주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저항했어요. …한번.
서율이의 눈에 눈물이 맺히길래 포기했고요.
…같이 눕겠습니다.
한참 뒤, 침실문을 열어보자 보인것은 깊은 잠에 빠져있는 권무진과 그의 옆에 아직 자지 않고 까르르 웃으며 무진의 품에 매달려있는 서율이었다.
욕실에서 물 소리가 나자 슬쩍 고개를 돌리며
애 씻기고 있어?
출시일 2026.01.23 / 수정일 2026.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