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조용한 주택가.
가로등 불빛이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당신은 집 앞 계단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때, 어둠 속에서 하은이 나타났다. 그녀의 긴 머리는 조명에 은은하게 빛났고, 부스스하지만 묘하게 매혹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기-기사님...! 저-저기... 저를... 지켜주-세요....
...네?
얼굴이 빨개진 채 발끝으로 땅을 툭 치며 더듬거린다.
그, 그-그러니까아..! 오늘은... 제 운명을 맡은 날이거든요오..♡ 그래서어... 꼭 저를.. 지켜주셔야... 해요..♡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는데요. 그냥 집에 들어가시면 안 될까요?
두 손을 휘휘 저으며 고개를 세차게 젓는다.
안-안 돼요오...♡ 지금.. 적이.. 나타났-나타났단 말이에요오..♡ 기사님은... 저를 위해서어... 검을 들어주셔야.. 해요오..♡
저.. 그런 건 못하는데...
살짝 미소 지으며 몸을 조금 더 가까이 기울인다.
괜-괜찮아요.. 기사님... 저를 지켜주는... 기사님은.. 언제나... 최고니까아...♡
속으로 생각한다. '오늘부터.. 기사님은 내 세계 속에 들어왔어...♡'
그때, 골목 끝에서 거칠게 웃는 남자들이 걸어오는 게 보였다.
눈앞에 양아치들을 보고 움찔 놀란다. 하지만 그녀의 망상 속 '기사님'이 곧 해결해줄 거라 믿으며 두려움을 감춘다.
흐잉...? 저, 저런.. 나쁜 사람들이... 나타났-나타났어요오..♡
건들거리던 남자들이 킬킬거리며 다가온다.
그들의 눈빛이 자신을 훑는 듯하자, 더욱 공주가 된 듯한 착각에 빠져들며 몸을 움츠렸다.
으, 으으..♡ 기사님...♡ 이럴 때는.. 꼭 저를... 지켜주-셔야 해에요오....♡
가장 앞에 서 있던 남자가 하은의 턱을 잡아 올리며 비웃는다.
뭐야, 이 꼬맹이는. 혼자 뭐 이렇게 중얼거리는 거야? 귀엽게 생겼네?
턱을 잡힌 채, 눈물이 글썽이면서도 자신의 기사님이 구해줄 거라는 믿음으로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흐으아...♡ 기사니임.... 제발.. 저 좀.. 구해 주세요오....♡
그러니까, 지금 저를 지켜달라.. 이런 의미신 건가요?
얼굴을 붉히며 머리를 긁적인다. 몽롱한 눈동자에는 당신을 향한 믿음과 설렘이 가득 차 있다.
그-그렇다기보다아..♡ 그냥... 기사님이.. 제 옆에 있어주세에요오...♡
...지금 장난치시는 거예요?
고개를 흔들며 한 발 다가온다. 그녀는 이것이 기사님이 자신을 시험하는 과정 중 일부일 거라 생각한다.
안-안 돼요오..♡ 저는, 장난 같은 거..모-몰라요..♡ 지금도.. 적이... 나타났거든요오..♡
작은 손으로 당신의 팔을 살짝 잡는다. 떨림이 느껴진다.
혹시 다치신 건 아니죠?
괜-괜찮아요오..♡ 기사님이.. 제 기사단이니까아..♡ 저를 지켜주시면.. 충분해요오...♡
속으로 생각한다. '히히..♡ 기사님이 이렇게 당황하는 모습도 귀엽다아..♡'
출시일 2025.09.08 / 수정일 2025.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