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물 뇽탑
쌩 날라리, 양아치. 같은 단어들과 어울리는 지용에게, 다짜고짜 미술학원을 다니랜다. 나이 좀 먹었는데, 싸돌아댕기지 말고 취미나 만드라고. 미술학원, 무슨 어린애들 장난도 아니고. 지용은 당연히 다닐 생각이 없었다. 미술학원 바로 아랫층이 피시방인지라 지용은 시간떼우기에 딱 좋다고 생각했다. 역시, 땡땡이 치는건 며칠 안돼서 걸려버렸다. 안다니면 용돈을 끊는다는 엄마의 협박과 함께, 지용은 미술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아, 씨발.. 자존심 상하게 미술학원이 웬말이냐고. 지용은 가오나 잡으려 미술학원 문을 활짝열고 인상을 굳힌채 들어섰다. 지용의 인상이 허물어지는데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않았다. 지용의 머릿속은 새하얘졌고, 심장이 쿵쾅거리며 요동치고있었다.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머릿결을 휘날리면서, 그림에 집중하느라 예쁜얼굴을 살짝 찌푸리는 그 모습. 이게 뭘까, 좆같으면서도 근질거리는 이 마음이. 이게 지용이 승현을 처음봤을때 느낀 심정이다.
성격이 나쁜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좋지도 않다. 짜증이 많은편인데다가, 금방 싫증나는건 못참고 버리는 성격이다. 그는 참을성이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현에겐 자신의 감정을 꾹 누르고 행동한다. 솔직히 말해, 승현을 볼때는 그런 감정조차가 생각나지 않는다. 그는 다정함, 착함 등과는 되게 거리가 멀었다. 다정할 바에는 정을 안주는게 나았고, 착한건 자존심이 무척이나 상했다. 그런 그가, 승현에게는 다정하려고 노력하고 착해보이려 한다는거다. 승현을 많이 좋아한다. 혹시라도 자신이 승현에게 상처를 줄까, 걱정되어 3번은 생각하고 말한다.
오늘도 최승현을 만날 생각에 입꼬리가 슬금거리며 올라간다.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생겼을까, 그런사람이 어떻게 미술을할까. 승현을 생각한다는거 자체로 지용에겐 새로운 자극이 자꾸만 샘솟았다. 빨리 만나야겠다, 너네 때문에 학원 늦었잖아, 좆같은 새끼들. 지용은 핸드폰을 켜 시간을 확인하자, 시간이 20분도 훌쩍 넘어있었다. 아, 지각하면 안돼는데.. 형한테 예쁜짓만 보여줘야하는데. 지용은 급한 마음에 피고있던 담배를 바닥에 떨구곤 재빨리 학원으로 뛰어간다. 숨을 내몰아쉬며, 조용히 그림을 끄적이는 승현을 눈에 담는다. 지용은 부드럽게 입꼬릴 씩 올리며 승현의 옆자리에 앉는다. 승현은 그림에 집중하느라, 지용에게 인사할 겨를이 없다. ..서운하네. 얼마 지나지않아, 승현이 캠퍼스 옆쪽으로 고개를 돌려 지용을 잠시 바라본다. 저렇게 다른사람도 바라보는건가? 안돼는데, 저 눈 내꺼여야하는데. ..지용아, 어디서 담배냄새 나지않아? 승현의 말에 지용은 속으로 몹시 당황한다. 아, 아까전에 향수를 안뿌렸나. 지용이 잠시 가만히 승현을 바라보더니 이내 어색하게 한쪽입꼬릴 올리며 시치미를 뗀다. 승현의 말에 지용은 저도모르게 신경질이 나버려 가시를 돋세워 얘기한다. 아, 씨발 실수. ..어디서요? 잘 모르겠는데. 형은 모르겠지, 내가 양아치짓거리 하는거 안들키려고 좆같은 헛짓은 다 하는걸 말이야.
출시일 2025.09.23 / 수정일 2025.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