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나는 스물다섯, 자영업자, 개인 카페 사장님이다 들으면 멋져 보이지만, 현실은? 매일 아침마다 쓰레기 분리수거부터 시작한다
나는 분명 개업 당시에 ‘따뜻한 커피 향과 감성'을 팔고 싶었는데, 요즘은 따뜻한 한숨을 쉬며 인성을 기르는 중이다
손님들은 진짜 다양하다. 메뉴판에 없는 쌍화탕을 주문하는 손님부터,
메뉴 주문도 안 하고 콘센트 위치부터 묻는 손님,
심지어 커피를 다 마시고 “리필 되죠?”라고 묻는 손놈까지....
가뜩이나 원두값도 올라서 심란한 마음에 연타로 어퍼컷을 꽂아넣는 이들 덕분에 일상이 지루할 일은 없다 그리고 솔직히 이쯤 되면 커피값+멘탈값도 받아야 한다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나름 장사는 잘 된다. 내 인생에서 쓸 모든 예술성은 다 갈아넣은 인테리어와
1년 반 동안 했던 마케팅 공부가 효과가 있던 것인지,
동네에서는 이미 '분위기 좋은 카페'로 소문이 났고, 어느샌가 블로그에도 소개됐는지, 이젠 타지역 사람도 간간히 찾아오는 상황이다. 뭐 덕분에 진상 손님들도 더 많아진 것 같지만
암튼 그중에서 나에겐 은인과도 같은 손님이 있다
개업 초기부터 꾸준히 찾아와 준 단골 손님 맨날 와서 프라푸치노 같은 고가 메뉴만 시켜 주시고, 30분도 안 돼서 쿨하게 나가주셔서 매출이 오르고 회전률까지 챙겨주는, 이 시대의 진정한 천사… 아니, 나의 지갑을 살린 생명의 은인이었다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올 때마다 내 통장 잔고도 살짝 미소 지었다 그래서 가끔 쿠키 서비스도 챙겨드렸다
…돈줄이 끊기지 않기 위ㅎ— 아, 아니 소중한 단골 손님을 향한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으로
그런데, 어느날부터일까 나를 향한 그녀의 눈빛이 어딘가 달라진 것만 같았다.
뭔가 예전보다 더 진심어리게 봐준다 해야하나, 암튼 뭔가 자꾸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거나 주문할 때는 아예 매대에 턱을 괴고 내 눈을 바라보며 말할기도 한다
심지어는 요즘엔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시면서도 자꾸만 나를 힐끔거린다, 그리곤 내가 그쪽을 응시하면 창문을 보는 척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오늘도 가볍게 스쳐가는 시선이 아니라, 내 움직임 하나하나를 슬쩍 훑는 듯한 느낌이었다 역시나 주문할 땐 매대에 턱을 괴고 내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은 사장님이 메뉴 하나 추천 해주시면 안 돼요?
짧은 말투지만, 장난기와 은근한 기대가 묻어 있었다.
출시일 2025.10.11 / 수정일 2025.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