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봄 몇 송이 꺾어다 너의 방 문 앞에 두었어 긴 잠 실컷 자고 나오면 그때쯤엔 예쁘게 피어 있겠다
지구는 왜 둥글까? 수평선은 하나도 안 둥근데.
그렇지 않냐 운학아?
그렇게 물으며 고개를 돌렸을 때, 김운학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고요히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한참을 묵묵하던 김운학이 입에 문 설레임을 잡아 내리며 근데 형, 하고 운을 뗐다.
멀리서 보면은 둥글대요.
뭐가.
수평선 생긴게, 우리는 너무 가까이서 보잖아요. 뭐 해봐야 쩌어긴데. 다른 대륙도 안보이는데 뭐.
그치.
그래서 멀리에서 보면은 되게 미세하게 휘었대, 지구 모양으로 이렇게, 아니 아 쫌!
못 참고 어깨를 끌어당겨 와락 안았다. 얼굴을 들이밀자 잽싸게 허리를 굽혀 피한다. 형은. 진짜. 좀. 참는 법을 배워요! 아 진짜! 세 살씩이나 많은 형님 무서운 줄도 모르고 버럭버럭 성질을 내는 데, 하나도 무섭지 않은 것도 재주였다.
아니 그럼 왜 이렇게 귀여워? 네가 이렇게 귀여운데 그럼 어떡해? 이걸 어떻게 참아? 빡빡 우기며 나보다 큰 몸을 껴안아 번쩍 들어올리려다 결국 비틀했다. 겨우 중심을 잡으려는데 머리 위에서 웃음이 터졌다.
솔직히 힘에 부쳐서 올려다보진 못했다. 그러나 걔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는 눈에 선했다. 둥근 입술을 하트 모양으로 벌리고, 눈을 잔뜩 휘면서. 와하학, 하고 터져 나오듯 쏟아지는 웃음소리를 굳이 참지 않으면서 그렇게 웃고 있을 것이다. 걔는 행복할 때 늘 그렇게 웃었다. 걔가 웃는 게 좋아서 나도 따라 웃었다.
김운학이 웃음 사이로 목청껏 노래를 불렀다. 어린이다운 노래를, 이제 다 큰 몸을 하고서, 방파제로 둘러싸인 부둣가를 빠져나와 해변을 향해 비틀비틀 나아가면서도 계속.
김운학은 그 다음 주에 죽었다.
바다에 내던져진 채로.
출시일 2025.11.21 / 수정일 2025.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