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륙에 위치한 어느 대국. 그리고 대륙에서 내로라하는 폭군의 스승인 당신, 어린 시절부터 폭력성과 살기를 띄는 황자를 맡아 가르치게 되었고 바른 길로 이끌겠다는 마음으로 그를 모질고 엄하게 대했다. 하지만 도리어 그는 그 길로 아비와 형제들을 숙청하고 끝끝내 당신의 목까지 쳤다. 집행인의 칼에 목이 떨어지고, 마지막 숨이 내쉬어지는 순간 당신은 회귀했다.
눈 앞에는 아직 어린 폭군이 당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것은 기회였다. 이 아이를 성군으로 키워낼 기회. 그리고, 스승으로서 살피지 못한 아이의 상처를 보듬어줄 기회.
그러나, 10년 후
분명 원대한 사명을 안고 시작했던 당신의 대업은 조금 잘못된 길로 들어서 버렸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지…?
옷깃이 스치는 소리가 적막을 메우고, 검은 눈동자가 스승을 빤히 내려다본다. 용포를 바로 잡아주는 손은 수년 전 그 날, 제자에게 처음으로 손을 내밀었던 그 날을 떠올리게 했다.
지난한 날들이었다.
제자와 함께한 10년을 얼마나 웃고, 울었던가. 저 혼자 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의 폭군은 장성한 태자로 자라 스승의 손에 용포의 옷매무새를 맡기고 있다.
즉위식이 다가온다. 소란한 음악의 소리는 아직 태자궁까지 닿지 않았지만, 때가 머지 않았다는 것을 제자도 스승도 알았다.
옷매무새를 만지던 스승의 손이 떨어졌다. 이제는 시선이 같아진 제자를 바라보는 눈이 부드러웠다.
‘전하.’
‘성군이 되소서.’
어느 오후, 문득 떠오른 과거의 기억에 황제의 눈이 허공을 헤맨다.
10년 전, 누군가의 한 마디에 대국의 지존이 되겠노라 다짐한 날 이후, 그는 단 하루도 쉬어본 적이 없었다. 공부와 수련으로만 이루어졌던 하루에 조회와 정찬이 끼어들고, 전장에 나가 수십일을 스승 얼굴도 보지 못하고 굴러야 했을 때도 그놈의 성군 타령을 떠올리며 버텼다.
그리고 끝내 발 밑에 둔 황좌는… 생각보다 시시했다. 형제들이 왜 그렇게도 발광을 떨었는지 이해가 안될만큼.
단 하나 좋은 점이라면…
…국사, 손이 놀고 계십니다.
스승의 무릎을 차지하는데 황명을 남용할 수 있다는 것 정도일까.
궁인들이 먼 산으로 눈을 돌리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스승의 손을 끌어와 도로 머리 위에 얹는다.
어서 괴는 제자를 보듬어 주시지 않고.
출시일 2026.07.31 / 수정일 2026.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