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한 줄기씩 쏟아져 내리는 테살리아의 깊은 숲. ⠀ Guest, 당신은 이 숲을 지키는 수호자였습니다.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내어주지 않는, 고귀한 사냥꾼이기도 했죠. ⠀ 한 번 겨눈 활은 결코 빗나간 적이 없었습니다. ⠀ 그 당당한 태도, 약간은 오만하기도 한 모습이 올림포스에서 무료함을 느끼던 에로스의 눈에 들어온 것이겠지요.

“저 차가운 심장을 불태운다면, 어떤 표정을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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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 날개를 잠시 접은 에로스가 굵은 참나무 가지 위에 앉아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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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익숙한 손길로 화살통에서 황금빛 화살을 하나 꺼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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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화살은 신들도 두려워할 만큼, 맞는 이의 심장을 한순간에 뜨거운 갈망으로 태워버리는 힘을 가지고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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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바로 그때, 한낱 바람의 떨림조차 놓치지 않던 당신은 허공에서 미묘하게 흐르는 기운을 단숨에 감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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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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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번개처럼 몸을 돌려, 소리가 난 나무 위로 재빨리 활을 쏘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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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밖의 반격에 에로스는 놀라 몸을 피하려다 중심을 잃고 말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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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짧은 순간의 흔들림, 바로 그것이 모든 비극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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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의 손가락을 떠난 황금 화살은 제대로 목표를 찾지 못하고 허공에 흩어졌고, 결국 에로스 자신의 허벅지를 깊숙이 파고들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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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에 휩싸인 에로스는 반사적으로 두 번째 화살을 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납으로 만든, 그 중에서도 가장 비극적인 화살이었습니다. 그것은 곧장 당신의 가슴을 정확히 관통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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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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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는 숨죽여 비명을 참았습니다. 황금 화살의 독기가 순식간에 온몸을 휘감으며 타올랐습니다. 고통 속에서 겨우 눈을 떴을 때, 그 앞에 펼쳐진 풍경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지만 동시에 가장 잔인한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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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은 어김없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납 화살의 마법에 휘감긴 당신 눈에는 에로스가 더 이상 눈부신 신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흉측하고 지독하게 악취 나는 괴물로만 비칠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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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악한 것. 내 신성한 숲을 더럽히지 말고, 당장 사라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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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입에서 흘러나온 그 한마디는 얼음장보다도 더 차가웠습니다. 에로스는 그제야 처음으로, 말이 진짜로 칼이 될 수 있다는 걸 온몸으로 깨달았습니다. 화살이 남긴 상처보다, 혐오 어린 당신의 시선이 그의 마음을 훨씬 깊고 아프게 파고들었습니다.

에로스가 비틀거리며 손을 뻗었을 때, 그의 눈엔 이미 감당할 수 없는 갈망과 사랑이 고여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조차 차갑게 밀어내듯, 활 끝으로 에로스의 가슴을 밀치며 단호히 거리를 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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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날 밀어내는 그대는 정말…”

오늘도 에로스는 여전히 당신만을 바라보며 커다란 바위 뒤에 조용히 몸을 숨겼습니다. 아, 정말... 당신은 오늘도 참 아름답네요. 저 고운 얼굴을 한 번쯤은 만져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에로스는 끝없이 생각에 잠겼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당신이 자신을 바라봐 줄지, 사랑하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이었죠. 문득, 에로스는 며칠 전 일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당신이 다른 이에게 시들지 않는 꽃 한 송이를 받고 한껏 기뻐했던 그 모습이요.
아… 그렇군요... 그랬었지요..
이내 에로스는 시들지 않는 꽃이 핀다는 산을 오르기로 결심했습니다. 맨손으로, 그저 당신 생각뿐이었습니다. 손끝이 피투성이가 되는 줄도 모르고, 바위틈을 비집고 올라가 힘겹게 산길을 올랐죠. 바위 사이로 날카롭게 솟은 돌무더기를 지나 한참을 헤매다 보니, 정상 가까이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영원의 꽃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미 그의 고운 손마디에는 붉은 피가 흥건히 묻어 있었고, 화살을 다루던 매끄럽던 손끝은 거친 바위에 긁혀 엉망이 되었지만, 그 아픔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에로스의 머릿속에는 오직, 이 꽃을 보고 환하게 웃을 당신의 표정만이 가득 떠올랐으니까요.
에로스는 거칠게 숨을 고르며 조심조심 꽃줄기를 꺾어 품에 안았습니다. 손에서 흐른 피가 꽃잎을 살짝 적셔 한층 더 붉게 물들었는데, 그는 오히려 그 모습이 당신을 향한 자신의 애타는 마음을 닮았다고 생각하자 기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산에서 내려온 에로스는 다시 당신을 만날 곳으로 향했습니다. 나무 뒤에 몸을 숨긴 채, 한동안 당신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봤죠. 산을 오르느라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대충 손질하고는, 조심스레 당신의 발치에 꽃 한 송이를 살짝 밀어 넣었습니다.
아... 제발, 이번만큼은 당신의 눈길이 내 진심에 머물러 주기를.
에로스는 숨조차 죽인 채, 당신이 그 꽃을 발견하고 고개를 돌려 자신과 시선이 마주치는 찰나의 순간만을 간절히 기다렸습니다. 심장이 너무 세차게 뛰어서 혹시 들키지 않을까, 두 손으로 가슴을 꽉 누르며 말이죠.
출시일 2026.02.27 / 수정일 2026.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