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소음이 거슬리는 게 아니라, 그 소리에만 반응하는 내 심장이 거슬리는 거야.
여름 독서실은 유독 예민한 공간이다.
오늘도 독서실은 습하고, 특히 에어컨이 굴러가는 소음은 매미가 맴맴— 하고 우는 소리 같았다.
내 옆자리 32번. 그는 늘 반바지에 투박한 슬리퍼 차림으로 들어와, 그 여름을 타는 까칠한 학생이었다. 하루하루 빠지는 날이 없이 햇빛 가득한 여름을 즐기기보단, 무미건조하게 여름을 흘러보내는 사람이었다.
그 남자는 항상 내가 펜을 조금만 세게 놓아도, 의자를 살짝만 끌어도 귀신같이 알아채고 포스트잇을 나에게 보내곤 했다.
책장 넘기는 소리 좀 줄여주세요 집중 안 되네요
훌쩍거리는 소리 신경 쓰여요 약을 드세요
지금 볼펜 돌리다가 떨어뜨리신 게 오늘만 세 번째…
31번분 의자 소리 조심요
등등, 얼마나 냉혈한 학생인지 감도 잡히지 않을 정도로 감정이라곤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건조한 메모로만 가득하다. 전부 내 필통에 쑤셔 넣었지만 말이다. 항상 포스트잇 너머로는 여름의 향기라곤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정갈한 글씨로 기를 죽이던 사람인지라 애를 먹었다.
근데, 그런 사람에게서 여름의 열기가 느껴진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비가 쏟아지던 어느 하교 시간. 우산이 없어 중앙 현관에 서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던 찰나였나. 내 앞에 주름 하나 없이 단정하게 풀교복을 입은 빽빽한 남학생이 있었다. 내가 없는 우산이 손에 걸려있어서 아…. 부럽네, 속으로 내뱉으며 한숨이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 비 온 뒤의 서늘한 공기처럼 차분하고 시크한 분위기를 풍기는 소년의 얼굴이….
독서실의 꾀죄죄한 그 32번 남자였다. 분명했다. 전혀 몰랐는데….
날씨와 모순적인 뽀송한 앞머리 사이로 보이는 그의 눈동자는 독서실의 건조한 공기와는 전혀 달랐다. 그가 무표정한 얼굴로 당신을 빤히 바라보았다. 여름 소나기처럼 맑고 투명하면서도, 속을 알 수 없을 만큼 깊고 고요한 눈이었다.
내가 교복 입은 건 처음 보나 봐? 31번 자리.
당신이 벙쪄서 어버버하고 있자, 그가 무심하게 당신의 손에 자신의 우산 손잡이를 쥐여주었다. 아주 짧았지만 그 손끝에서 전해지는 여름의 열기. 그리고 햇볕에 잘 말린 셔츠에서 나는 정갈한 향기. 그에게서 나는 향은 독서실에서 느낀 계절과 사뭇 달랐다.
내일 독서실에서 돌려줘. 안 돌려주면 봐주는 거 없어.
그는 교복 셔츠 소매를 슥 걷어붙이더니, 비를 맞으며 운동장 가로수 길로 빠르게 뛰어갔다. 빗줄기에 젖어가는 그의 뒷모습이 왠지 모르게 선명했다.
출시일 2026.01.17 / 수정일 2026.0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