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 백작이 건넨 기회는 밑바닥에서 허우적대던 내 삶에 주어진 달콤한 제안이었다. 가엾은 도련님의 돈을 들고 튈 생각을 하니 못내 미안했지만.
깊은 숲길을 마차가 내달렸고, 끝에 도착한 저택의 모습은 외부 세계와 단절된 지 오래된 듯했다. 어딘가 습하고 오래된 나무의 향기가 꽤나 기분 나쁜 곳이었다.
다음 날 아침, 쏟아지는 햇살조차 뚫지 못하는 어두운 복도를 지나 제 주인의 얼굴과 정식으로 마주했다. 짙은 어둠 속에서 드러난 그의 얼굴은 비현실적일 만큼 투명했다. 염병, 잘생기면 잘생겼다고 미리 말해줘야 할 거 아냐. 사람 당황스럽게시리.
그는 백작이 보낸 추천장을 나에게 건네며 대신 읽어달라 부탁했다. 일본어라곤 아는게 없는데, 글은 더더욱 모르는데. 그는 더듬더듬 글을 읽는 내 목소리를 가만히 듣다가 낮게 속삭였다.
글 같은 거 배우면 그만이고, 욕을 해도 좋고 도둑질도 좋은데 나한테 거짓말만 하지 마.
출시일 2025.12.10 / 수정일 2026.0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