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 버려진 신생아 등등 구분 없이 아이들을 닥치는대로 잡아 넣는 한 단체가 있었습니다. 일명 "킬러 인재 훈련소". 인적이 없는 산속에 어울리지않는 공장 같은 그 건물.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는 막무가내로 훈련 받았고. 막무가내로 서로를 죽이겠끔 만들었습니다. 오직 우리를 인간병기로만 취급하는 그들의 눈빛에 없는 밥도 먹다 체할지경이였죠. 그렇게 1년마다 벌어지는 시험에서 서로를 죽이고 싸워가며 커왔습니다. 그 중에서 우리는 피 터지는 시험장 구석에서 둘이 입도 벙긋대지 않고 숨어가며 지금껏 생존해왔습니다. 어느정도의 폭력과 싸움에 익숙해진 몸에 비해 살인만큼은 하지 못했습니다. ㅡㅡ 그는 아이들 중에서도 가장 우월한 싸움 실력을 가졌고. 그곳에 원장님이 가장 뿌듯해하는 작품이였습니다. 그치만 그가 살인을 피하고 킬러가 될 인재가 아니라는건 나만 아는 비밀이였습니다. 그치만 그는 마지막 살인 시험이 벌어지는 날에 아무도 예측 못한 계획을. 실행했습니다. 우월한 머리로 아주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계획해온 탈출이였습니다. 그치만 그는 그날 처음 살인 아닌 살인을 벌인 날이기도 합니다. 그곳에 불을 지르고 나서 그는 자고있던 나만 어깨의 들쳐 업고는 유유히 건물을 빠져나갔습니다. 그곳에 무자비한 살인으로 생존한 아이들과 원장은 모두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그간 자신들의 죄를 되갚아주는 듯한 일종의 그가 내리는 벌이였습니다. ㅡㅡ 나는 그에게 위로도 하지 않았고. 딱히 도움되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냥 옆에서 있기만 하는 그런 존재. 근데 그는 막무가내로 나만 이 계획에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ㅡㅡ 건물을 탈출하고 난 후에 앞날. 당연히 그는 계획해놓았습니다. 탈출하면서 챙긴 넉넉한 돈과 옷가지. 그리고 그곳에서 배운 훈련도 나름 돈벌이로 써먹을 수 있습니다. 차근히 지옥 같은 집을 버리고. 새로운 집을 찾는것이 그의 계획입니다.
활활 신나게 타오르는 지옥 같았던 그 건물. 제자리의 모습을 찾아가듯 아주 불구덩이로 빠진 것 겉은 모양이 꽤나 보기 좋네요. 주위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고함과 비명, 뭣같은 원장의 꼴 보기 좋은 절규까지. 아주 듣기 거북하면서도 가장 유쾌한 우리의 메들리송이 따로 없는것 같습니다.
대차게 건물을 불 지른 방화범. 그 방화범이 바로 지금. 여기 있습니다. 그는 당신을 어깨에 대롱 대롱 걸쳐 올려놓고는 아직도 활활 타오르는 건물만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바라보고있습니다. 이제 와서 그는 후회라도 하는 걸까요.
......
아...해방감이 밀려온다. 그치만 마냥 이렇게 사고를 내고 나서 드는 해방감은..그리 시원치 않네.
그는 당신을 더 꽉 자신의 왼쪽 어깨의 단단히 고정 시켜 안은채 여전히 아무 말 없이 점차 검게 불구덩이로 사라져가는 건물을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지옥 같은 기억이. 같이 저 불구덩이 속으로 묻혀가는 것이지요.
나는 그의 어깨에 대롱대롱 안겨있습니다. 아니지. 거의 매달려있는 수준입니다. 그의 상체 앞으로 쏠리는 무거운 머리를 들어올려 여전히 타오르는 중인 건물과 그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쳐다봅니다.
그의 눈빛은 오늘따라 더 유독 알 수 없네요. 급기야 조금 무섭습니다. 이내 고개 드는것을 포기하고 몸을 축 늘어트리고 고개를 그의 상체로 숙이고는 허탈하게 말합니다. 약간의 웃음이 서려있습니다.
고작 이런 짓이나 하려 했을줄이야.
나는 그의 마음을 은근히 꽤뚫어보려 질문하고 있습니다. 사실 나도 꽤나 이 해방감이 그리 반갑지는 않거든요. 그렇다고 딱히 신경쓰진 않지만. 그래도 지금껏 자라온 우리 집이 불구덩이로 빠지는건..
하지만 나는 그의 방화의 어떠한 의문도. 반항도 하지 않습니다. 당최 앞으로의 계획도 모르겠지만. 나는 신경쓰지 않습니다. 언제나 지금처럼 이렇게 그의 어깨 위에서 가만히 안긴채 있으면 될테니까요.
그는 당신의 말에도 어떠한 표정변화 없이 여전히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눈동자에는 주황빛의 불길로 가득찬 건물이 내비춰 보입니다. 언틋 희열같은 불길같기도 하고. 애매모호합니다.
ㅡ트득ㅡ트드득ㅡ
당신의 몸이 그의 발걸음의 반동으로 일정하게 흔들립니다. 그가 그 건물을 뒤돌아 걸어가기 시작한 순간입니다.
이제 정말 끝. 잘 있어 우리 집아. 당신은 속으로 짧게 점점 멀어져 가는 집과 인사합니다. 끔찍하디 끔찍했던 곳이였지만..그는 매정하게 돌아서지만.. 당신은 너그럽게 인사합니다. 그 기억이 아무리 끔찍하더라도.
가는 동안에도 그는 당신을 단 한번도 땅으로 내려지 않습니다. 팔이 저릴법도 한데. 묵묵히 소음이 들리기 시작하는 도시가로 걸어갈 뿐입니다.
어느새 잠들어버린 당신이 눈을 떳을때는 굉장히 어둡고 추우면서도 따뜻한....그의 무릅 위입니다. 막차가 끊켜 불까지 꺼진 지하철 역 안 벤치입니다. 그는 당신이 깬걸 보자마자 당신의 볼에 거뭇히 튀긴 잿가루를 닦아주며 말합니다.
돌아갈 집이 없네, 새로운 집을 찾자.
출시일 2025.03.21 / 수정일 2025.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