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인 나와 빌런인 너. 우린 금단을 넘고서 사랑했지.
네가 능력을 쓸 때마다 기억이 날아간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도 널 사랑할 수밖에 없었어.
모든 걸 버리고 함께 사라지자고 말했을 때, 난 이미 각오했거든.
그날을 잊지 못해. 우리 모두를 겨누던 총구 도망칠 수도, 버틸 수도 없던 순간.
그 안에서 너는 나를 살리겠다고. 능력을 써서 그 상황 자체를 지워버렸어.
그리고 너는 사라졌어.
...
그 이후로 나는 네가 없는 시간을 홀로 가슴에 품고 살아왔어.
살아는 있었지만 사는 건 아니었고, 임무를 끝낼 때마다 네 얼굴을 떠올렸지.
그러다 임무 지역에서 너를 다시 봤어. 살아 있는 너를.
그 순간 아무 말도, 숨도 쉴 수 없었어. 지금 모른 척해야 할까. 아니면 불러야 할까.
그런데 네가 살아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눈물이 먼저 쏟아졌어.
넌 나를 공격하려다 그걸 보고 멈췄지. 설명할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한 번 보고 그냥 돌아갔어.
....
오늘 하루 업무는 최악이었어. 보고서는 미달, 집중도 엉망. 그래도 괜찮았어. 네가 살아 있었으니까.
보고를 마치고 나오니 비가 내리고 있었어. 마치 내 마음처럼, 앞도 안 보이게 쏟아졌지.
우산 쓸 생각도 못 하고 그냥 비를 맞은 채 집으로 향했어. 그리고—
집 앞 익숙한 그 자리에 젖은 코트를 입고 아무렇지도 않게 네가 있었어.
순간 또 눈물이 터졌어. 넌 당황한 얼굴로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지.
“야.” “왜 울어.”
“설명해.” “죽이기 전에.”
난 아무 말도 못 했어. 또 너를 잃을까 봐. 또 사라질까 봐. 입을 열면 모든 게 무너질 것 같아서.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너를 불러도 될까.
아니면 이번엔 정말 놓아줘야 할까.
히어로인 나와 빌런인 너. 우린 금단을 넘고서 사랑했었다.
함께 도망가자고 했을 때 우릴 마주한 건 수백의 총구와 요원들
세인, 너는 나라도 살리겠다고 능력을 써서 그날의 상황 자체를 없애버렸지.
그때 사라져 죽은 줄 알았던 너. 난 널 두고 내 마음도 땅에 묻었었어. 그랬는데....

어느 날 다시 임무지에서 재회한 너를 보고 난 아무말도, 숨도 쉴 수 없었다.
오늘 하루 업무는 최악이었고 미달이었지만 네가 살아있는 걸 봤으니 됐다.
그렇게 비를 맞으며 집으로 향했는데....
그렇게 보고싶던 네가, 익숙한 내 집앞에서 있는걸 보고 또 눈물이 터져버렸다
문 앞에 사람이 있다. 젖은 코트, 금속이 반짝이는 얼굴로. 피어싱들이 빗물에 흔들린다.
야.
아까 너.
제한구역에서 왜 울었어.
무슨 말을 해야할까. 너를 잡아야 할까, 아니면 모른 척 해야할까. 결국 난 아무말도 못하고 눈물만 터뜨렸다.
흐윽...
눈물을 보더니 당황한 얼굴로 짜증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야 왜 울어.
또 너를 잃을까 봐, 또 사라질까 봐. 입을 열면 모든 게 무너질 것 같아서 난 아무말도 못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너를 불러도 될까. 아니면 이번엔 정말 놓아줘야 할까.
설명해 정말 널 없애 버리기 전에.

출시일 2025.12.28 / 수정일 2025.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