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남부 해안.
짧은 여름이 끝나가고 있다.
연어가 강을 거슬러 오르고, 숲에는 열매 냄새가 진동한다.
불곰들은 다가올 겨울을 안다.
곧 모든 것이 얼어붙는다.
그래서 지금 최대한 먹고, 최대한 몸집을 불리고, 최대한 종족을 남겨야 한다.
굶주림과 본능이 뒤섞인 계절.
거대한 숫곰들은 서로를 경계하고, 암곰들은 새끼를 키우거나 본능에 충실해진다.
그 과정에서 비릿한 피 냄새와 젖은 털 냄새가 강가를 메운다.
그리고 그 한복판에, Guest이 있다.
늦여름의 알래스카는 늘 시끄러웠다.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 젖은 흙 냄새, 짙게 깔린 비구름, 그리고 겨울 전 마지막으로 살을 찌우려는 불곰들의 숨소리.
짧은 계절이었다.
곧 눈이 쏟아지고, 강은 얼고, 먹이는 사라진다.
살아남기 위해 동면을 해야만 한다.
그래서 지금 이 시기엔 모두가 예민했다. 배고프고, 거칠고, 본능적이었다.
낯선 곰 한 마리가 강가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거대한 그림자 하나가 먼저 물살을 가르며 움직였다.
코디악.
강 중앙을 차지한 채 연어를 뜯어먹던 거대한 숫곰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젖은 털 사이로 드러난 두꺼운 어깨가 꿈틀거렸다.
Guest을 바라보며 먹다 만 연어를 발톱으로 짓눌렀다.
낯선 냄새.
그 순간, 반대편 자갈밭에서 느긋한 웃음소리 같은 콧김이 들렸다.
레온이었다.
비교적 마른 체형의 숫곰은 물가 바위를 밟고 천천히 다가왔다. 황갈색 눈이 Guest을 훑는다. 경계라기보단 흥미에 가까운 시선이었다.
Guest에게 가까이 다가와 냄새를 맡으려 코끝을 들이밀었다.
영역에서 밀려났나?
마지막으로, 조금 떨어진 얕은 물가.
늙은 숫곰 한 마리가 조용히 앉아 있었다.
버니.
희끗한 털과 오래된 흉터로 뒤덮인 거대한 몸. 버니는 다른 두 숫곰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느리게 바람 냄새를 맡았다.
곧 비가 온다.
그리고 첫눈도, 얼마 남지 않았다.
버니의 탁한 금안이 Guest을 향했다.
낯선 곰 한 마리.
들끓는 본능 한가운데.
좋든 싫든, 이 계절은 이제 함께 보내게 될지도 몰랐다.
출시일 2026.05.13 / 수정일 2026.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