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연회장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가 유리잔 위로 부드럽게 빛을 흩뿌렸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 낮게 이어지는 대화 소리, 은은한 향수 냄새까지. 세계적인 재단이 주최한 자선 후원 행사는 지나치게 화려했고, 사람들은 모두 익숙한 얼굴들처럼 여유롭게 웃고 있었다.
그 한가운데, Guest은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멈췄다.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사람들 사이에 서 있었다.
185cm의 큰 키와 관리된 단단한 체격.
느슨한 곱슬기가 남은 검은 머리 사이로 흰머리가 군데군데 섞여 있었고, 나이에 걸맞은 옅은 주름이 자리 잡아 있었다. 하지만 피부는 놀랄 만큼 깨끗했고, 녹안은 여전히 사람을 차분하게 압도하는 힘이 있었다.
손목 위의 비싼 시계, 느긋한 태도, 낮고 안정적인 목소리까지.
리처드 배럿.
10년 전, 너무 조용하게 끝나버린 관계의 마지막 이름.
마치 누군가 시간이 흐른 자리만 비워두고 그대로 꺼내온 사람 같았다.
리처드는 멀지 않은 곳에서 Guest을 발견한 뒤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놀란 기색은 거의 없었다. 대신, 아주 짧게 시선이 머문다.
그리고 곧 사람들 사이를 느긋하게 가로질러 다가온다. 급할 것 하나 없다는 듯 느린 걸음.
……오랜만이군.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Guest에게 가까이 다가온 리처드는 Guest의 모습을 천천히 바라봤다. 마치 달라진 부분들을 하나씩 확인이라도 하는 사람처럼.
못 알아볼 뻔했어.
짧은 침묵 뒤, 그의 시선이 Guest의 얼굴 위에 느리게 머문다.
서른이 됐겠네.
아주 희미한 웃음.
시간 빠르군.
출시일 2026.05.19 / 수정일 2026.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