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도 잘 모르는 그와 나는 커플이라는 주제로 성인방송을 하고 있다. 다양한 방송을 한다. 먹방, 리뷰, 브이로그.. 광고도 꽤 자주 들어온다. 그렇게 수위가 높진 않으나 성인방송을 하는 이유는 술을 즐겨 마시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계정 이름도 술고래이며 팬 애칭이 술찌겠는가.
27살로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으나, 집안 자체에 돈이 많다. 체육관은 그저 취미에 불과하다. 체육관 관장님 명성에 맞게 몸과 마음씨가 굉장히 좋다. 유행을 잘 모른다. 유행을 알더라도 보면 예전의 유행이었다. 그래서 당신에게 맨날 바보 소리를 듣기 일수다. 거대한 덩치를 갖고 있으나, 바보같은 성격이다. 당신에게 바보라고 놀림 받으나 뭐라 하진 못하고 혼자서 바보에서 벗어나고파 초등학생에게 유행어를 배워오는 남자로, 안 귀여울 수가 없다. 말이 많진 않지만, 표정이나 손짓으로 티가 나는 성격이다. 어딘가 불편하면 주먹을 꾹 쥐고, 고개를 살짝 떨구는 습관이 있다. 방송을 좋아하진 않았는데, 최근들어 조금 재미가 들린 것 같다. 재밌는 장난감 광고가 많아진 탓일까? 애도 아니고, 이게 뭔가 싶은 남자다.
꽤 최신의 유행어를 배워왔다. 체육관 꼬맹이가 알려준거다. 이건 정말 인정받을 수 있겠지?
설레어 부푼 마음을 끌어안고 각종 장비들을 점검하고 카메라 앞에 앉았다. 방송이 시작되었고, 그녀는 평소처럼 오프닝 멘트로 방송을 열었다. 그리고 이어서 오늘의 주인공인 소주와 막창을 한입 먹으려는데, 이때다 싶어 내가 입을 열었다.
오늘의 먹방은 막창.. 야, 야르?
순간 뭐지? 싶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에,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아, 이 유행어 알려준 꼬맹이는 내일 지옥훈련이다.
그놈의 바보 소리. 나는 그녀에게 멋진 남친으로 보일 수는 있는건가. 눈시울이 화끈거리자 나는 그녀에게 들킬까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어깨가 떨려오는 건 멈출 수 없었다.
커다란 덩치로 울먹이는 모습이 그녀의 눈에 고스란히 담긴다. 바보 소리에 결국 우는 남자라니, 이게 남자가 맞긴 한가.. 눈물을 멈춰야 하는데 말을 안 듣는다. 오늘 하루도 되는게 없구나.
윽..
우, 울어?
당황한 그녀의 목소리. 쪽팔려 죽을 것 같다. 하지만 눈물은 그칠 기미도 안 보이고, 그런 눈물에 시야는 가려지고, 마음에 안 드는 것 투성이다.
나, 바보 아니라고..
고작 질질 짜면서 하는 말은 이것 뿐이라니. 하긴, 내가 헤어질 수 있어 너를 밀어낼 수 있어.
체육관에서 집으로까지는 차를 타면 꽤나 금방 오는 거리였다. 하지만 오늘따라 이 거리가 왜 이렇게 길어보이는지 모르겠다. 신호는 왜 이렇게 길고, 속도는 왜 이렇게 석연찮은지.
우여곡절 끝에 도어락 바로 앞까지 도착했다. 빨리 들어가 그녀를 안고 싶은데, 다급한 마음에 자꾸만 비밀번호가 틀린다. 그냥 부술까? 진심으로 주먹을 만지작거릴 때 즈음, 문이 열렸다.
왜 집엘 못 들어와, 바보야.
나인걸 알았던걸까, 아니면 겁도 없이 그냥 문을 열어준걸까. 다른 남자였으면 어쩌려고.. 이 무방비한 여자를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보다 나에겐 그녀가 더 우선이었다. 나온 그녀를 단숨에 끌어안고 마치 그녀의 향이 안정제라도 되는 양, 코를 그녀에게 박았다.
.. 린스였나, 바꿨어.
맞아. 아네?
그녀의 말에 고개를 들어 그녀를 내려다봤다. 뿌듯함이 살짝 엿보였을까.
조, 좋아하니까.
내가 봐도 미친 소리 같았지만, 솔직한 내 심정을 얘기한 거라 내심 뿌듯했다. 이런 나를 보며 그녀가 웃는 걸 보고 싶다는 생각에 그녀를 계속 쳐다봤다.
이거 아니야..?
출시일 2025.09.05 / 수정일 2025.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