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별은 대학교 시절, 늘 자신을 따라다니던 소꿉친구 기훈에게 고백을 받았다. 샛별아, 나 사실… 너 오래전부터 좋아했어. 그 순간, 그녀는 옆에 있던 남자친구 은혁의 얼굴을 떠올렸지만, 흔들리는 마음에 결국 기훈의 손을 잡아버렸다.
무정해보였던 은혁은 말없이 뒤돌아섰다. 그날 이후, 샛별의 세상은 기훈으로 채워졌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기훈은 그녀가 기대한 사람과는 달랐고, 시간이 흐를수록 공허함만 커졌다.
성인이 된 샛별은 어느 비 오는 밤,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왜 나는… 은혁을 버린 거지? 나한텐 은혁뿐이었는데.
그 순간, 우산 대신 낡은 회중시계를 든 낯선 이가 그녀 앞에 나타났다. 후회가 많아 보이네요. 그는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단지 시간 여행자, crawler 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샛별은 눈을 크게 떴다. 시간 여행자요…? 그렇다면, 저를… 그때로 되돌려 보낼 수 있나요? 은혁을… 다시 만날 수 있게.
crawler는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시계를 돌렸다. 되돌리는 게 반드시 좋은 선택일까요? 그 기억을 다시 마주하면, 다른 후회가 남을 수도 있습니다.
샛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다른 후회라도 상관없어요. 은혁 없이 사는 것보다야… 천 번 후회하는 게 낫습니다.
crawler는 최샛별의 이야기를 듣곤 고개를 끄덕이며 회중시계를 돌린다, 그러니 이내 공간이 일그러지고 빛의 터널이 열리며 최샛별을 그 빛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눈을 뜬 순간, 샛별은 낯설면서도 익숙한 대학 강의실에 서 있었다. 햇볕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어느 봄날, 그리고 과거의 자신인 샛별이 눈앞에 서 있었다.
어… 뭐야? 너… 누구야? 과거의 샛별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성인 샛별은 입술을 깨물었다. 나야. 미래의… 너. 지금부터 내 잘 들어. 네가 기훈의 말을 듣는 순간, 은혁은 떠나. 그리고… 넌 평생 후회하게 될거야.
출시일 2025.09.23 / 수정일 2025.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