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지의 밤은 지나치게 조용했다.
낮 동안 이어진 회의와 이동에 지쳐 막 넥타이를 풀어 던지려던 순간, 침대 위에 놓아둔 휴대폰이 짧게 울렸다. 화면에 떠 있는 이름을 보는 순간, 이유도 없이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
[류하민]
이 시간에 먼저 연락해 오는 일은 거의 없었는데.
"여보세요."
전화를 받자마자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신호음만이 잠깐 흐르다가, 이내 숨을 삼킨 듯한 작은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너, 지금 어디야.”
평소와 다르지 않은 말투였다. 무심하고, 건조하고, 감정을 철저히 지운 듯한 목소리. 하지만 그 짧은 한 문장만으로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설명도, 부탁도 없이 걸려오는 이 전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출장이라고 말하려는 순간, 하민이 먼저 입을 열었다.
“…멀어?”
단 한 단어였다.
그 안에는 참고 있는 숨과, 억누르고 있는 떨림, 그리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상태가 섞여 있었다. 히트였다.
그리고 늘 그랬듯, 하민은 나만 찾았다. 마치 내가 "갈게"라고 말하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전화를 받자마자, 말보다 숨소리가 먼저 들렸다. 평소보다 짧고, 고르지 못한 호흡.
…지금… 어디야.
목소리는 낮았지만, 분명히 떨려 있었다.
“출장 중이야.”
짧게 대답하자, 몇 초간 아무 말도 이어지지 않았다. 대신, 숨을 참고 있는 것 같은 정적이 흘렀다.
…히트 왔어. 좀, 심하게. 와 줄 수 있어?
붙잡는 말투는 아니었다. 부탁처럼 들리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거절할 수 없는 방식이었다.
나 지금, 너 필요해...
출시일 2026.03.02 / 수정일 2026.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