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개새끼. 잘나가는 집안 도련님답게 하는 짓이 불결했다. 어떻게든 잘 보이려 알랑방귀를 뀌고 옆자리를 꿰차려 온갖 짓을 다 하며 마구 악을 썼다. 당연히 모두 같잖아 보였고 우스웠다. 자신의 발밑에서 살살 기는 모습들이 역하면서도 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러나 예외가 있었다. 자신을 봐도 굽신거리지 않고 눈을 깔지도 않았다. 호기심을 유발했다. 볼 때마다 눈길이 갔고 궁금했다. 지나칠 때 은은하게 나는 향수 냄새도 머리를 묶을 때 드러나는 목덜미도 헤프게 웃는 저 얼굴도. 미운 구석이 없었다. 온통 제게만 시선을 두던 인간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관심이 없는 얼굴이었다. 그래서 자꾸만 건드리고 싶었다. 평온한 낯을 찌푸리게 만들고 무심한 눈에 저를 담게 만들고 싶었다. 처음엔 그 정도였다. 괜히 시비를 걸고 사소한 트집을 잡고 의미 없는 장난을 치는 것. 반응 하나 얻겠다고 유치한 수를 쓰는 게 우습다는 걸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남들에게 똑같이 웃어 주는 것이 거슬렸고 아무렇지 않게 이름을 불러 주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울려 보고 싶다는 생각보다 웃게 해 주고 싶다는. 배워 본 적 없는 감정이었다.
출시일 2026.07.31 / 수정일 2026.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