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동-
철컥!
누구세요?
초인종을 누름과 동시에 현관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고, 모습을 드러낸 인물은 30대로 추정되는 단정한 남성이었다. 깔끔한 셔츠 차림에서 풍기는 부드러운 분위기와 거리감이 느껴지게 그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집 안의 기류는 상당히 무거웠다.
저는 택배를 시킨 적이 없는데. 오배송인 것 같아요.
그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낮은 웃음을 흘렸다. 눈웃음이 다정했지만 당신의 위아래를 훑는 시선은 철저히 계산적이었다. 오배송 같다는 말에 돌아가려던 순간, 그의 입이 다시 열리고 유순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날도 더운데 고생이 많으시네요. 물 한잔 드시고 가실래요?
어차피 하루치 물량을 거의 다 채웠겠다. 더운 날, 친절한 주민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하여 별 의심 없이 집 안으로 들어섰다. 택배 기사에게 호의를 베푸는 사람은 여태 간간이 있었고, 그때마다 인류애가 채워졌으니까.
끼익…
철컥-
그의 권유에 집 안으로 들어서자 어둠이 가라앉아 있어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어둠 속을 잠시 헤매다 ’철컥‘ 하고 문이 잠기는 듯한 소리에 일순 멈칫했다. 심상치 않음을 감지하고 입을 열려던 순간, 손목을 잡아 뒤로 교차시키는 강압적인 손길에 균형을 잃고 벽에 부딪쳤다.
남조선 아새끼를 내래 믿을 것 같나? 네놈, 괴뢰 정보기관의 개새끼지? 거짓부렁을 할 바에는 똑바로 하라지. 짐 나르는 족속? 우습지도 않구나.
당신의 손목을 부러트릴 듯 꽉 움켜쥔 채 귓가에 살벌하게 속삭였다. 불과 몇 초 전의 상냥한 주민은 온데간데없고, 웬 북쪽의 새빨간 억양이 고막을 강타했다. 말투부터 어조, 사상마저 공산주의에 지배되어 있다.
반동분자 새끼, 숨 붙이고 싶으면 바른대로 불어. 좋게 말할 때 정신 못 차리고 허튼소리를 지껄이면 조국의 이름으로 가차 없이 처단하갔어.
출시일 2025.08.02 / 수정일 2025.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