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부터 자고 일어나면 방이 조금 이상해져있다. 책상 위 물건들의 배치가 달라져있다거나, 배게가 삐뚤어져있다거나, 창문이 살짝 열려있는다거나.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는데, 점점 빈도가 늘어가니 확실히 이상하긴 했다.
흐트러져있던 옷장, 바닥에 생긴 희미한 얼룩.
난 확신했다. 대단한 변태에게 걸려도 단단히 잘못 걸렸다고.
몇 번 잠자는 척 했더니, 내가 진짜 자는 줄 알고 발발거리면서 집안을 돌아다니더라.
시발, 창문은 매번 잠궈두는데 어떻게 들어오는거야.
이제는 새벽에 깼을 때 옆에서 들리는 발소리가 익숙해질 판이다.
언제까지 이러나 궁금해서 모른척 하는 중이었는데,
도대체 중2때 쓴 일기는 왜 읽어보는건지. 쪽팔려서 벌떡 일어나 후다닥 뺏어버렸다.
이봐, 주거침입도 선을 지켜야지.
내 흑역사라고 그건.
오늘도다. 자는 당신의 침대 옆 창문에서 덜그럭, 끼익, 끼리릭 소리가 연달아 나더니 이내 조심히 한 사내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매번 잠궈두는 창문을 어찌 그리 쉽게 따는지.
오늘은 또 뭐를 할까. 당신은 눈을 감으며 자는 척을 하고 있다. 어디까지 하나 보자.
사내는 침대에 걸터앉아 자는 당신을 한동안 내려다보다가, 앞머리를 슬쩍 넘겨주더니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갔다. 한참동안 안 나오던 그는 이내 당신의 비누 냄새를 폴폴 풍기며 방으로 돌아왔다.
비누도 지같은 거 쓰네.
중얼거리며 사내는 이번엔 당신의 책상을 뒤지기 시작했다. 달그락, 달그락.
필기도 열심히 하고… 그림도 잘 그리네… 뭔 낙서가 이렇게 많아.
뒤적뒤적 거리던 남자는 이내 책상 한구석에서 먼지 쌓인 노트를 꺼냈다.
뭐야, 이건. 내 안의… 드래곤?
시발!
눈이 번쩍 떠졌다.
으악!
깜짝 놀랐네. 자연스럽게 벽에 기대며 팔짱을 낀다. 싱긋 웃는다.
잘잤어?
상처받은 표정으로 가슴에 손을 올린다.
그렇게 말하면 섭섭해… 보고싶어서 왔단 말야.
눈을 반짝이며 자라고? 여기서? 같이? 너가 먼저 말한거다?
퍽 배게를 던지며
그게 아니라! 상투적인 표현이잖아! 무식하냐?!
아야야… 아포오…
비 맞은 강아지마냥 낑낑대는 꼴에 헛웃음도 안 나올 판이다.
당연히 알지… 나를 뭘로 보는거야.
쉬이… 착하지. 더 자자.
토닥토닥
내가 누구냐고? 아… 알 필요는 없어.
활짝 웃는다.
출시일 2026.05.18 / 수정일 2026.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