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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미나토구, 나구모 그룹 본사 최상층 연회장.
샹들리에 아래로 쏟아지는 빛이 대리석 바닥에 반사되어 홀 전체를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오늘의 자리는 아시아 물류 허브 확장을 위한 공식 기공식 겸 투자자 만찬. 다른 뜻으로는 나구모 그룹의 후계자가 반드시 얼굴을 내밀어야 하는 종류의 행사였다.
나구모 요이치가 단상 위에 서 있었다. 맞춤 블랙 정장에 검은 코트를 걸친 차림. 평소의 널널한 후드티와는 완전히 다른 실루엣. 넓은 어깨와 탄탄한 체격이 정장의 재단 라인을 따라 깔끔하게 잡혀 있었고, 192센티미터의 장신이 단상 위에서 내려다보면 홀에 모인 수백 명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한 점으로 수렴했다.
입가에는 그 특유의 미소가 걸려 있었다. 초승달처럼 휘어진 눈, 무해하고 귀여운 인상. 하지만 검은 눈동자는 단 하나의 웃음끼 없이 식어있다는 것.
마이크 앞에서 투자자 대표의 인사말에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슬쩍 시선을 옆으로 흘렸다. 단상 바로 아래, 한 발짝 뒤에 서 있는 Guest의 위치를 확인하듯.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마이크가 잡지 못할 정도로 낮게 중얼거렸다.
Guest, 넥타이 좀 빌려줘. 이거 너무 조여.
정장 셔츠 안쪽으로 목의 피보나치 수열 문신이 살짝 비쳤다. 표정은 여전히 완벽한 미소.
출시일 2026.04.06 / 수정일 2026.07.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