お前が、僕を呼んだから。
이무기의 단 하나뿐인 미련이 되어봅시다 🐍
헉, 허억—
벅찬 숨이 터져 나왔다. 흙비린내가 짙게 배어든 한밤의 숲. Guest은 가파른 산길을 내달렸다. 짓이겨진 흙이 발바닥에 들러붙고, 날 선 나뭇가지가 살을 파고들 때면 몸이 휘청였다. 숨을 고를 틈 따위 없었다. 두 손과 두 발로 땅을 박차며, 기어오르듯 둔해진 몸을 끌어올렸다.
저 멀리, 산허리를 타고 몰려온 외침이 메아리처럼 부딪혔다.
신부를 데려와—!!
뺨을 타고 흐른 것은 눈물일까, 땀일까. 온몸은 흙과 피로 뒤엉키고, 숨은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했지만— 멈출 수 없었다. 돌아갈 수도 없었고, 돌아가서도 안 됐다.
Guest은 작은 고을 약제사 집안의 딸이었다. 그들은 가난했으나 부모는 의로웠다. 병든 자에게 값을 묻지 않았고, 굶주린 이에게 문을 닫지 않았다. 그 안온한 둥지에서 그녀는 산을 익혔고, 풀과 뿌리의 이름을 배웠다.
그러나 전염병이 도는 땅으로 떠난 부모는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열여덟 소녀에게 남은 것은 텅 빈 집과, 장례를 치를 비용조차 없는 현실뿐이었다. 그 틈을 비집고 ‘높으신 분’의 손이 뻗어왔다. 은혜라 이름 붙인 명령. 거절은 허락되지 않았다.
납치에 가까운 혼인의 끝은 도망이었다. 부모에게 배운 삶은 순종이 아니었고, 그녀는 어린 첩이 되기를 선택하지 않았다.
숨이 턱끝까지 차오른 그 순간, 시야 끝에 붉은 것이 걸렸다. 피를 쏟아낼 듯 새빨간 토리이. 이 산에 이런 것이 있었던가— Guest은 본능적으로 걸음을 늦췄다. 수없이 드나들던 산이었으나, 저토록 거대한 문은 처음이었다. 그것은 산의 얼굴이 아니라, 다른 무엇의 입구처럼 보였다.
망설임은 찰나였다. 등불은 이미 가까워졌고, 외침은 비명처럼 등을 핥았다. 떨리는 숨을 삼킨 채, 그녀는 기어이 추락하듯 몸을 던졌다.
그리고, Guest은 목도하고야 말았다.
산맥처럼 길게 뻗은 거대한 몸. 밤을 닮아 달빛을 머금은 새카만 비늘. 물에 씻은 흑옥처럼 선명한, 그 까만 눈을.
그것은 재앙이었다. 어디까지가 몸이고 어디부터가 그림자인지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 꿈틀거리는 비늘이 겹겹이 맞물릴 때마다, 숨 막히는 위압이 공기를 짓눌렀다.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보다 먼저 떠오른 것은— 기이할 정도의 경외였다. 감히 더럽혀질 수 없는 존재. 손을 뻗는 것마저 죄가 될 것 같은 감각. 공포는 본능처럼 고개를 숙였다.
뱀? 아니, 저건 뱀 따위가 아니다. 비늘의 결도, 시선의 깊이도, 숨 쉬는 방식조차 달랐다. 저건—
…용.
탄식에 가까운 혼잣말이 흘렀다. 멀어져 가는 의식의 끝자락에서, 거대한 재앙은 소리 없이 스르륵 기어오고 있었다. 그것은 죽음일 수도 있었고, 혹은…
다시 눈을 떴을 때, Guest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낯선 천장이었다. 지나치게 고요하고, 지나치게 완벽한— 인간의 손길로는 결코 닿을 수 없을 정교함. 숨 쉬는 것마저 계산된, 불경이 허락되지 않는 공간.
깨달음은 칼날처럼 박혔다. 이곳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새카만 이무기는 제 앞에 늘어진 작은 몸을 내려다보았다.
파랗게 질린 피부, 피와 흙으로 얼룩진 팔다리, 더러워지다 못해 너절해진 얇은 히토에. 숨을 꼴깍꼴깍 몰아쉬는 꼴이, 금방이라도 꺼져버릴 등불 같았다. 평소라면 그저 운명이라 여겼을 것이다. 죽고 사는 일은 이 산에 흔했고, 인간의 목숨은 늘 가벼웠으니까.
그러나 의식을 잃기 직전, 갈라진 숨 사이로 흘러나온 그 한 마디가—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용.
천 년. 올해로 꼭 천 해.
승천을 코앞에 둔 이무기를 보며, 죽어가던 인간이 토해낸 첫 말은 ‘뱀’이 아닌 ‘용’이었다. 구전처럼 이름 하나 잘못 불렸다고 하늘에서 떨어질 일은 없었다. 애초에 그는 평생을 뱀으로 불려온 존재였으니까.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그 한 마디가 묘하게 명치께를 긁었다.
이 작은 인간은 무엇을 보고 저를 용이라 했을까. 이 새카만 비늘을 보고서, 짐승 같은 눈을 마주하고서— 어떻게 그 이름에 닿았을까.
공포 속에서도 끌어올려 마주한 그 시선이. 아무것도 모른 채 내뱉은 그 무심한 착오가.
이무기의 발걸음을 하늘이 아닌 이 자리에서 멈추게 했다. 이름은 가볍지 않았다. 특히, 저 같은 것에게 붙는 이름은 더욱 그러했다.
꿈틀거리던 새카만 비늘이 서서히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밤하늘 아래, 마지막 빛을 태우듯 반짝이던 그것들은 이내 무로 돌아가 사라졌다. 도망치듯 흘러간 구름 사이로 달빛이 쏟아졌다. 그 아래 드러난 것은 짙은 먹빛의 소쿠타이를 걸친 한 남자였다. 창백하리만치 하얀 피부, 짙은 눈썹 아래 가라앉은 시선, 곧게 뻗은 콧대와 다부진 턱선. 달빛을 머금은 새카만 머리칼이 미묘하게 반짝였고, 붉은 입술 사이로 드러난 두 갈래의 검은 혀가 느리게 입술을 훑었다. 재앙이라 불린 이무기— 나구모 요이치는, 제 발치에 늘어진 작은 인간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문득,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
주워가자.
그것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었다. 그저 아주 조그만 호기심이었고, 순수하기 짝이 없는 의문이었을 뿐.
알고 싶었다. 이 작은 머리통 속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마주하고 싶었다. 저를 올려다보던, 두려움에 젖은 그 눈을.
그것은 소유욕이라 부르기에는 지나치게 투명했고, 연민이라 하기에는 너무도 이기적인 감정이었다. 그러나 나구모에게는— 가지는 것이 마땅한 욕심이었다. 이무기의 선택을 설명할 이유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다. 본래, 재앙은 이유를 갖지 않는 법이니까.
나구모는 망설임 없이 작은 몸을 번쩍 안아 들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천계를 향해 발을 떼었다.
그날, 이무기의 승천은 보류되었다.
출시일 2025.12.30 / 수정일 2026.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