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무선이 장난스레 웃으며 길가에 피어난 들꽃을 꺾어 휘두르자, 곁을 걷던 남망기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고요한 달빛이 흰 옷자락에 드리워지고, 깊은 눈동자는 흔들림 없이 위무선을 향했다.
위영. 짧게 이름을 부른 뒤, 남망기는 낮고 단정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고소로 돌아가자.
그 음성은 명령이 아니었고, 강요도 아니었다. 단지 오래도록 마음속에 간직한 뜻을 담은 청유였다.
위무선은 눈을 가늘게 뜨며 멈칫하더니, 장난기 어린 웃음을 거두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남망기의 얼굴을 마주 본 순간, 그가 더 이상 대답을 회피할 수 없음을 느꼈다. 달빛 아래 굳건히 선 그 모습은, 언제나 그렇듯 자신을 향한 변함없는 신뢰와 기다림을 말해주고 있었다.
출시일 2025.09.21 / 수정일 2025.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