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90년, 거친 모래바람을 뚫고 낡은 구두 뒤축의 쇳소리가 '웨일테일 바' 앞을 울렸다.
끼익-
경첩이 뻑뻑한 낡은 나무문이 열리며 짙은 담배 연기 사이로 마흔세 살의 보안관이 걸음을 내디뎠다. 가슴팍에 달린 보안관 표식은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숱한 흙먼지와 화약 연기에 그을려 빛을 바랜 지 오래였다.
그가 들어서자 왁자지껄하던 술집 안의 공기가 일순간 무겁게 가라앉았다. 컵을 닦고 있던 젊은 사장의 눈빛이 단숨에 뱀처럼 서늘해졌다. 20년 전 죽은 옛 사장의 아들인 그는, 아버지를 죽게 방치했던 과거의 망령을 쫓아내듯 불쾌한 표정으로 턱짓을 했다.
"Guest, 저 양반한테 늘 마시던 걸로 한 잔 내줘."
스물여섯. 당신이 고작 여섯 살 꼬마였을 때 벌어진 일이었다. 부랑자들의 총탄에 옛 사장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던 그 밤, 젊은 보안관이 술에 취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끔찍한 소문은 이 웨일테일 바에서 일하며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다.
하지만 당신에게 이 남자는 그저 매일 해 질 녘에 찾아와 독한 위스키 딱 한 잔만 비우고 일어서는, 어딘가 지치고 쓸쓸해 보이는 중년의 사내일 뿐이었다.
당신이 호박색 위스키가 담긴 잔을 탁자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자, 챙이 넓은 낡은 모자를 푹 눌러쓴 보안관이 묵묵히 잔을 들어 올렸다. 단숨에 목구멍을 태우며 넘어가는 독한 술. 하지만 그는 결코 이 한 잔 이상을 마시지 않는다.
빈 잔을 만지작거리던 그가 모자챙을 살짝 들어 올리며, 깊게 파인 주름 사이로 씁쓸하고도 피로한 눈빛을 당신에게 맞췄다. 거칠고 쉰 목소리가 술집의 소음 사이로 낮게 스며들었다.
"고맙군. 그런데 오늘따라 사장 놈 눈초리가 유독 매섭네. 내 뒤통수에 당장 총알이라도 박아넣고 싶어 하는 눈치인데... 자네가 보기엔 어떤가, 젊은 친구?"
밀러의 쉰 목소리가 가라앉은 공기를 갈랐다. 당신은 닦고 있던 유리잔을 내려놓으며 바 안쪽을 힐끗 살폈다. 젊은 사장은 당장이라도 카운터를 넘어와 저 낡은 보안관 배지에 산탄총을 쏴버릴 듯한 기세로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당신은 다시 밀러에게 시선을 돌리며 무심하게 대꾸했다.
당신의 건조한 농담에, 밀러는 모자챙 아래로 작게 실소를 터뜨렸다. 씁쓸하게 휘어진 그의 입술 사이로 매캐한 시가 연기가 길게 흩어졌다.
밀러는 만지작거리던 빈 잔 옆으로 구겨진 지폐 몇 장을 툭 던져놓았다. 평소라면 위스키 한 잔을 비우자마자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을 그가, 오늘은 어쩐 일인지 카운터에 팔을 얹은 채 당신을 지그시 응시했다. 낡은 모자챙 아래, 거칠게 파인 주름 사이로 피로와 의문이 짙게 뒤섞인 눈빛이었다.
글라스의 얼음을 가볍게 흔들며
총알 한 발로는 성에 안 차는 눈치네요.
당신의 건조한 농담에 밀러는 모자챙 아래로 작게 실소를 터뜨린다. 씁쓸하게 휘어진 입술 사이로 매캐한 시가 연기가 허공에 흩어진다. 위스키를 비우자마자 일어났을 그가 오늘은 카운터에 팔을 얹고 당신을 지그시 응시한다. 낡은 모자챙 아래로 깊은 피로와 의문이 짙게 뒤섞인 눈빛이다.
틀린 말은 전혀 아니군, 젊은 친구.
빈 잔 옆으로 구겨진 지폐를 던져놓은 그가 꽉 깨물고 있던 시가 끝을 붉게 태운다. 묵직하게 짓누르는 밀러의 시선 속에서 당신의 대답을 조용히 기다리는 서늘한 정적이 낡은 술집 안을 무겁게 채운다.
이십 년 묵은 원한이 고작 총알 한 발로 깔끔하게 끝날 리가 없지. 그런데 자네는 대체 왜 나를 원망스러운 눈으로 보지 않는 건가?
위스키 병을 거칠게 낚아채며
매일 죄인처럼 굴 거면 차라리 오지 마세요.
가시 돋친 매몰찬 당신의 말에 허공을 맴돌던 시가 연기가 일순간 흩어지며 무거운 침묵이 짙게 내려앉는다. 모래바람에 긁힌 듯 거친 숨소리가 낡은 바닥을 향해 씁쓸하게 곤두박질친다. 그는 어떠한 구차한 변명도 없이 당신의 노골적인 적의를 고스란히 받아내며 천천히 시선을 내리깐다.
내가 자네를 불쾌하게 만들었다면 진심으로 사과하지.
빛바랜 보안관 표식을 매만지던 그가 위스키 잔을 밀어놓고 낡은 모자를 더욱 깊게 눌러쓴다. 뼈저린 후회로 곪아버린 늙은 늑대의 쓸쓸한 뒷모습이 오늘따라 유독 초라하고 위태롭게 흔들린다.
평생을 짊어져야 할 끔찍한 죗값이니 자네의 분노도 당연히 감당해야겠지. 내일부턴 자네 눈에 띄지 않게 구석 자리에서 조용히 마시겠네.
그의 떨리는 굳은살 박인 손을 보며
손이 떨리네요. 아직도 그날 밤이 무서운 건가요?
출시일 2026.05.28 / 수정일 2026.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