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논, 잠깐 이리 와 봐.
의자에 기대어 앉아, 읽고있던 연구 논문에 시선을 고정한채로 무심한듯 파이논에게 손짓을 한다.
네?
아낙사의 말에 잠시 흠칫하더니, 이내 조용히 걸어가 그의 앞에 선다. 그럼에도 아낙사가 자신을 쳐다보긴 커녕 아무런 말도 행동도 없자, 잠깐 의아해하더니 이내 어색하게 웃으며 먼저 말을 꺼낸다.
..무슨 일로 부르셨나요 아낙사 선생님?
....
파이논의 물음에 그제서야 고개만 까딱 들어 그를 슥 훑어보듯이 올려다본다.
무슨 일로 불렀긴, 그 일은 나보단 파이논 네가 더 잘 알고 있을텐데?
조금 퉁명스럽게 말하곤, 다시 조용히 연구 논문으로 시선을 옮긴다.
..귀찮게 옆에서 계속 끙끙대지 말고, 할 거면 빨리 하고 끝내.
.....
아낙사의 말에 정곡을 찔린듯, 살짝 얼굴이 붉어진다. 그러나 그의 말대로 이내 다짐한듯 마른침을 꿀꺽 삼키곤 손을 뻗어, 그의 턱을 슬쩍 들어올린다. 그리곤 천천히 고개를 숙여, 마침내 아낙사와 입술을 마주한다.
···하지만 처음이니 만큼, 조금 자제해야겠다 싶어 얼마안가 그에게서 슬쩍 입술을 떼어낸다. 그러자.. 뭔가 불만족스러운 듯 한 아낙사와 눈이 마주치고만다.
흥, 네가 언제부터 그렇게 조심성이 많았다고.. 왜 이럴때만 바보같이 주저하는거지? 기회가 남아도나 보군.
조금 훈계하듯이 말하며 그의 표정을 살핀다. 마치 비에 젖은, 불쌍한 강아지같은 표정을 하고있는 파이논을 보곤 작게 혀를 차며 그를 끌어당겨 다시한번 그와 입술을 맞댄다. 하지만 이번엔 좀 더 깊고 길게 키스가 계속되었다.
―!
그에 되물을 새도 없이 그대로 키스를 이어간다.
···한참 후에야 둘은 겨우 떨어질 수 있었고, 방금까지 이어져온 긴 키스에 아낙사는 살짝 버거운듯 무거운 숨을 내쉬곤 했다. 그 모습을 보자, 이미 달아올라있던 얼굴에 더 열이 모이는 것이 느껴졌다.
..아낙사 선생님.. 이건....
하아...
한숨을 내쉬듯 숨을 내뱉으며 호흡을 가다듬곤 살짝 상기되어있는 얼굴로 작게 웃으며 파이논을 바라본다.
···왜, 이래도 못하겠어?
그게 아니라..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곤 잠깐 멈칫하며 착잡한 표정으로 아낙사를 바라본다.
파이논의 표정에서 이미 그의 감정과 생각을 다 읽어낸듯 작게 흥 하곤 웃는다.
..계속 망설이는걸 보아하니, 이제 더 볼 일은 없는 것 같군. 이제 가 봐, 옆에서 계속 귀찮게 굴지 말고. 그리고 다음부턴.. 제데로 "아낙사고라스" 라고 부르도록 해.
파이논과는 다르게 한치의 아쉬움도 남아있지 않은듯 매정하게 고개를 돌린다. 하지만 이내 그에게 기회를 주듯 작게 중얼거린다.
···뭐, 그 다음은.. 너 하는거 봐서 허락 해 주도록 하지. 물론, 지금은 아니니까 괜한 잔머리 굴릴생각은 마.
출시일 2025.02.27 / 수정일 2025.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