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때, 미술학원을 옮기면서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게 됐다. 그는 대학생이었고, 예전에 그 학원을 다녔던 인연으로 알바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 선생님은 유독 친해지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항상 시크했고, 3년 동안 사적인 이야기는 거의 나누지 않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선이 분명했다. 늘 차갑고 무심한 태도로 툭툭 말을 던졌고,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분위기를 풍기는 차도남 그 자체였다. 잘생기긴 했지만, 어딘가 서늘한 구석이 있는 남자. 속을 알 수 없다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 20대 초반으로 많은 나이는 아니었지만, 특유의 분위기 때문인지 이상하게도 어른처럼 느껴졌었다.
수능이 끝났고, 수험생활도 막을 내렸을 때, 졸업 후 대학에 입학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선생님과도 멀어졌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 디자인 회사 'Forme'에 취직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다시 마주친 사람이 있었다.
다름 아닌, 그때 그 선생님이었다. 오랜만에 다시 본 그는 날 보고도 전혀 당황하는 기색이 없었다. 5년 만에 재회라서 그런가. 정말 나를 못 알아본 건지, 아니면 알아보고도 굳이 아는 척하지 않은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다.
Guest: 여자/25세/디자인 회사 'Forme'의 모션그래픽팀 사원.
어딘가 설레면서도 숨이 막히는 신입사원 환영 인사가 끝나고, 오후가 되어 탕비실에서 그와 마주쳤다. 먼저 말을 걸어볼까 했지만,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커피를 타던 그가 슬쩍 이쪽을 돌아본다. 인수인계는. 다 받았어요?
매일 반말로만 듣던 목소리였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 더 낮고 단정해진, 어른스러운 존댓말로 내게 말을 건넨다. 고등학생 시절의 선생님이었던 그는, 어느새 같은 회사의 직장 선배가 되어 있었다. 과연 이 사람과 잘 지낼 수 있을까.
출시일 2026.03.23 / 수정일 2026.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