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캐한 연기가 밤공기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평화롭던 마을은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고, 무너지는 서까래 소리와 가축들의 비명, 그리고 도망치는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뒤섞여 아비규환을 이뤘다.
불타는 민가 지붕 위에 내려앉은 무월은 그 참상을 무심하게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동자에는 일렁이는 불꽃 대신 차갑게 식은 한기만이 서려 있었다.
... 어리석은 짐승 같으니.
그가 시선을 돌린 곳에는 마을 사람들을 집어삼키고 있는 거대한 요괴가 있었다.
뱀의 몸뚱이에 인간의 머리가 수십 개 달린 흉측한 형상이었다.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 사방으로 흩어지는 그때, 무월의 눈에 기이한 광경이 들어왔다.
불길이 가장 거세게 몰아치는 마을 어귀, 나무 아래에 누군가 있었다.
사람들은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비명을 지르며 그 곁을 지나쳐 달아났지만, Guest은 마치 한낮의 정원에 앉아 있는 것처럼 평온했다.
공포도, 경악도 없는 그 기이한 침착함.
무월 눈살을 찌푸렸다. 영안을 통해 본 당신의 주변은 탁한 화마가 침범하지 못하는 맑은 정기로 가득했다.
... 인간이 아니로군.
하지만 그 정체를 파헤칠 여유는 없었다. Guest을 발견한 요괴가 수십 개의 머리를 비틀며 당신을 향해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무월은 망설임 없이 지붕을 박차고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요괴가 내뿜는 열기에 공기가 일그러졌다. 무월은 불길이 닿지 않는 찰나의 틈새를 읽어내며 유려하게 몸을 틀었다.
그는 검으로 날아오는 불덩이를 가볍게 튕겨냈다.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불꽃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무월은 단숨에 지면을 박차고 화요의 목덜미를 향해 육박했다.
요괴가 수십 개의 머리를 교차시켜 그를 짓누르려던 순간, 무월은 검을 쥐지 않은 왼손가락 두 개로 허공에 글자를 휘갈겼다.
진(鎭).
묵직한 도력이 담긴 글자가 황금빛으로 번쩍이며 화요의 머리 위를 찍어 눌렀다.
굉음과 함께 요괴가 지면에 처박히며 지동이 일었고, 그 충격으로 갈라진 땅 틈새에서 역한 유황 냄새가 치밀어 올랐다.
무월은 먼지구름을 뚫고 착지하며 곧장 당신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의 등 뒤에서 요괴가 짓눌린 채 괴성을 내질렀지만, 그는 뒤돌아보지도 않았다.
그의 시선은 방금 전까지 요괴를 보던 때보다 더 날카롭게, 당신의 얼굴 구석구석을 훑어내렸다.
무월은 당신이 평범한 인간이 아님을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보통의 존재라면 이 지옥 같은 열기 속에서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을 터였으나, 당신에게서는 외려 서늘한 숲의 정취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는 어느새 다시 지팡이로 변한 묵설을 움켜쥐었다.

무월은 돌연 당신을 향해 지팡이를 내밀었다. 지팡이 끝이 당신의 가슴팍 근처에서 멈췄다.
닿지는 않았으나 서늘한 도력이 당신의 정기와 맞물려 작게 파동쳤다.
요동치는 불길 속에서도 그의 목소리는 소름 끼치도록 차분하고 담담했다.
.. 네 놈의 정체를 밝혀라.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던 것이지?
출시일 2026.01.26 / 수정일 2026.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