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며칠째 그치질 않았다. 반지하 창문 틈으로 스며든 눅눅한 공기가 방 안에 눌어붙어 있었다. 곰팡이 냄새와 오래된 먼지, 젖은 장판에서 올라오는 특유의 쿰쿰함이 코를 찔렀고 숨을 들이쉴 때마다 가슴 안쪽이 조여드는 느낌이었다. 내 앞에 선 남자는 체격도 크고, 이목구비도 뚜렷해서 주는 분위기가 험악했다. 뒤에 조직원으로 보이는 남자 두어명이 저들끼리 저급한 농감을 주고받으며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남자는 여전히 종이뭉치를 넘겨보는 중이었다. 이따금 종이와 나를 오가는 시선이 생각보다 길게 늘어지는 게 느껴졌다. 저 종이엔 무슨 내용이 적혀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가 관뒀다. 해봤자 밀린 사채금액, 어린시절, 나이같은 신상정보 일테니까.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 같았다. 시계를 보지 않아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 같은 자세로 꽤 오래 있었던 것 같은데, 바뀐 게 하나도 없었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고, 방 안 공기는 그대로였으며 남자는 종이를 바닥에 내던졌다. 종이에 내 사진과 빨간 글씨, 형광펜 자국에 잠시 시선이 닿았다가 떨어졌다.
출시일 2026.06.05 / 수정일 2026.06.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