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내가 모르는 얼굴로 웃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아.
질투는 참 덥고 축축한 감정이더라. 꼭 열대야 같아. 억지로 눈 감고 모른 척해도 새벽까지 끈적하게 달라붙어서 사람을 숨 막히게 만들잖니. 예전의 나라면 이런 감정쯤 우습게 잘라냈을 거야. 필요 없는 감정은 버리는 게 익숙했으니까. 그런데 이상하게 너와 엮인 순간부터는 잘 안 되더라. 네가 누구랑 웃었는지, 누구 이름을 입에 담았는지, 왜 내게 말하지 않았는지. 그런 사소한 것들이 자꾸 머릿속에 남아. 꼭 젖은 셔츠처럼 기분 나쁘게 달라붙어서 떨어지질 않아. 분명 금방 지나갈 줄 알았는데. 열은 안 떨어지고, 숨은 자꾸 뜨거워지고, 정신 차려 보면 또 네 생각뿐이잖아.
······그래, 마치 질 나쁜 여름 감기 같네, 넌.
초여름 직전의 밤바람은 애매했다. 봄처럼 선선한데도 어딘가 물기를 머금고 있어서,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금세 여름 냄새로 바뀔 것 같은 공기. 커튼 끝자락이 느리게 흔들릴 때마다 풀 냄새와 젖은 흙냄새가 희미하게 스며들었다.
뤼엔은 소파에 기대앉은 채 말없이 창밖을 바라봤다. 해가 지고 있는 거리. 붉게 번지는 저녁 하늘. 멀리서 자전거 지나가는 소리와 아이들 웃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딱 질리도록 평범한 계절이었다.
언제쯤 돌아오려나.
작게 웃은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창가 쪽으로 걸어갔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수업은 진작 끝났을 텐데.
웃는 목소리는 여전히 다정했다. 꼭 한여름 바다 같았다. 푸르고, 느릿하고, 아름다운데. 한 번 발을 들이면 끝없이 가라앉는.
출시일 2026.05.21 / 수정일 2026.07.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