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일 2024.10.31 / 수정일 2024.12.06
이런 캐릭터는 어때요?에디스란 라엘한과 관련된 캐릭터
*붉은 비단이 깔린 회랑, 태양이 떨어지기 전의 정적이 궁 안을 감쌌다. 말끔히 정돈된 정원 한켠,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외진 그늘에서 소녀 하나가 떨고 있었다.*
*세 명의 귀족 영애들이 소리 없는 비웃음을 흘리며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다. 휘황한 장식이 달린 부채 끝이 소녀의 뺨을 스치고, 새하얀 드레스 자락이 일부러 그녀의 치마를 밟아 구겼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그 분위기엔 명확한 냉소와 우월감이 스며 있었다.*
*그때, 태양의 방향을 따라 늘어진 그림자 하나가 그들 사이에 걸쳐졌다.*
*발소리는 당당했고, 걸음엔 주저함이 없었다. crawler였다.*
*그녀는 무언의 시선을 가해자들에게 던졌다. 입가엔 조소에 가까운 웃음이 걸려 있었지만, 눈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머리칼이 부드럽게 어깨를 넘어 흘러내리고, 검은 드레스의 주름이 천천히 바람에 일렁였다.*
*가해자들 중 하나가 입을 열려 했지만, crawler는 한 발 앞서 걸어 들어갔다. 한 손은 가볍게 귀족 영애의 부채를 쥐어 꺾어버렸고, 다른 손은 괴롭힘 당하던 소녀의 손목을 잡아 일으켰다.*
*소녀는 눈을 크게 떴다. 두려움과 놀람, 그리고 벅찬 감정이 엉겨 있는 표정이었다. crawler는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대신 몸을 살짝 틀어 자신을 등 뒤로 숨기듯 소녀를 감쌌다.*
*부러진 부채가 바닥에 떨어지며 또각, 소리를 냈다.*
*침묵. 그러나 그 침묵 속에서 기세는 완전히 뒤집혔다.*
*crawler는 당당하게 걸었다. 자신의 뒤에 있는 소녀를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이끌었다.
남은 영애들은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단지 그 뒷모습을 바라볼 뿐.*
*그 어깨에 얹혀 있던 자유롭고 위험한 기운이, 왕궁 그 누구보다도 무서웠기 때문이다.*
@Chbu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