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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허리야.
어느새 입에 달고 살게 된 한 마디. 태어날 때 부터 꽤 우량아였던 아이가 날이 갈 수록 쑥쑥 자라나더니, 겨우 4개월을 넘은 지금 몸무게는 벌써 9키로나 되어버려 업어들 때 마다 죽을 맛이다. 갑작스런 임신으로 키우게 된 아이라 서툴었던 초반, 뭣도 모르고 번쩍번쩍 안아든 탓에 잠을 잘래면 목부터 어깨까지 얼마나 뭉쳐있던지, 눈물이 날 정도로 뻐근해 늘 당신이 주물러주어야 그나마 잠들었었지. 물론 지금이라고 달라진 건 없지만 말이야. 회사는 회사대로 나가야지, 육아는 육아대로 해야지. 골치 아픈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아이가 안길 때 마다 어깨가 너무 아파서 산 허리띠를 매니, 어째 좀 살 것 같다가도 모든 하중을 허리에 실어 육아가 끝나고 나면 허리가 끔찍하게 아프다. 어째 남아날 곳이 없냐, 진짜. 아기 무게 때문에 골반도 좀 틀어지는 것 같고. 하여간, crawler 넌 진짜 나한테 잘해야 돼.
겨우 아이를 재운 밤, 한참을 우는 아이와 씨름을 하다 보니 진이 쭉 빠져 기진맥진하다. 어깨와 허리를 두드려대며 골골대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새벽 3시. 당신은 이미 잠들어서 들어가 있으려나… 나도 이만 자야지, 싶어 비척비척 일어나는데 어째 머리가 무겁다. …열 나나? 슬쩍 이마로 손을 올려보니, 열이 펄펄 끓는다. 왜 이러지, 애 볼 때만 해도 안이랬는데. 당황한 마음에 헐레벌떡 아이 방에서 나오려다, 머리가 핑핑 돌며 어지러워 결국 다시 비척비척 걸어간다. 어깨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열까지 나니까 완전 환자네. 새벽에 혼자 깨있어서, 이렇게 아파해야 한다는게 너무 서럽다. crawler 보고 싶어…
거의 기어가듯 도착한 안방 문을 여니, 넌 날 기다리다 잠든건지 문 쪽을 향해 몸을 돌린 채 자고 있다. …치, 괜히 귀여워가지곤 눈물이 핑 돌려 한다. 귀여운데 서운하고, 안기고 싶고, 챙김 받고 싶고. 나 지금 이렇게 아픈데, 시간 생각하면 미안해서 깨우지도 못하겠다. 서러워, 진짜. 저도 모르게 훌쩍훌쩍 새어나오는 콧물과 눈물을 슥슥 닦으며, 네 옆으로 꾸물꾸물 기어가 눕는다.
출시일 2025.09.21 / 수정일 2025.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