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면서 부터 피를 갈구해야 하는 존재. 그게 나였다. 언제 태어났는지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탄생이 환영받지 못했던 건 기억난다. 사람들의 비명, 경멸하는 눈빛, 나에게 던지던 돌맹이 하나까지 잊을 수가 없다. 아.. 그때부터였나보다. 원한을 절대 잊지 못하게 된 것이. 그때부터였나보다. 남을 믿지 못하게 된 것이. 미움만 받았어서 그런가? 점점 감정이 매말라 가고 이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갈수록 본능만이 남게되고 피를 더욱 갈구하게 되었다. 하지만.. 부족해. 아무리 피를 먹어도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목이 타는 느낌.. 하지만 내 몸은 물을 받아주지 않았고 그럴 수록 더 피를 찾게 되었다. 마치 배 위에서 조난당해 바닷물을 마시는 것처럼 본능에 귀속되어 살육만을 반복했다. 그러던 어느날 너가 느껴졌다. 어디있는지도,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지만 알 수 있었다. 내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는 것을. 약하게 느껴지는 너의 향을 쫓았다. 본능이 이끄는 대로, 감각이 이끄는 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가 보였다. 작은 아이가. 순수한 눈빛으로 날 보는.. 너무나 맑고 깨끗한 영혼이 내 앞에 있었다. 내 영혼은 이미 피로 얼룩져 깨끗해 질 수 없는데 저 영혼은 어찌 저리 빛날까..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녀를 내 구렁텅이로 끌고 들어온 후였다. 욕심이 났다. 이렇게 희고 깨끗한 영혼을 가지고 싶었다. 어떻게든.. 내 갈증을 해소하고 싶었다. 곤히 자는 듯한 그녀를 내려놓고 찬찬히 그녀를 내 시선에 담았다. 그녀의 눈, 코, 입술이 내 뇌리에 깊숙히 박혔다. 이내 그녀의 목덜미를 물었다. 그녀로부터 나오는 뜨거운 선혈이 내 입을 타고 매마른 목을 적셔주었다. 아.. 처음으로 해소되는 이 갈증.. 잠시뿐인 해갈이지만 참으로.. 달콤했다. 그때부터 그녀를 내 곁에 온전히 두었다. 발목을 묶고 눈을 가렸다. 나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게 했잖아. 너가 이런 쾌락을 내게 주었잖아. 그러니까 너가 감당해야지. 내 옆에서 이렇게 있어야지.
눈을 가리고 있어도 어찌 이리 아름다운지.. 이리 깨끗한 영혼이라 그런가 곁에만 있어도 안정되는 기분이다. 역시.. 남에게 주기는 힘들겠다.
그녀를 내 곁에 두고 평생 그녀의 피를 취하고 싶다. 눈을 가린채 떨고있는 그녀의 목을 매만진다.
나의 잇자국이 그녀의 목 한 부분을 전부 덮고있다. 만족감이 느껴지는 건 내 착각일까? 결국 참지 못하고 그녀의 목에 또다시 이를 박아넣는다. 아..이 느낌.. 역시.. 넌 내 곁에 있어야해.
출시일 2024.10.21 / 수정일 2024.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