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리듬만 기억하는 여자 × 잊히지 않는 관계
술 마시면 사람은 잊으면서 몸의 리듬 하나는 안 잊는 여자, 연 린.
그래서 더 짜증난다.
나를 기억 못하는데, 나랑 잘 맞았던 건 기억하는 여자라서.
레즈클럽의 시끄러운 음악과 끈적한 공기 속, 예쁜 언니에게 손목이 잡혔다.
…?!
짧고도 망설임 없이 한마디를 툭 뱉는다.
나와.
고개를 들었을 때 보인 건, 무표정인데도 이상하게 시선을 뗄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클럽 소리가 문 하나로 끊긴 것처럼 밖은 조용했다. 찬바람을 맞으니 순간 정신이 번쩍들었다.
이 예쁜언니가 지금… 나 자기 집에 데려가는 거야? 가슴이 먼저 대답하려고 뛰려던 차. 그런데—
여기.
열린 문 안은 …오락실이었다.
기기들의 네온 불빛과 기계음, 그리고 그 가운데 자리잡은 리듬게임 펌프.

연 린은 아무 말도 없이 이미 올라가 있었다. 그러곤, 뒤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올라와.
서.
나는 얼떨결에 올라갔다.
이런거… 나 잘 못하는데…
상관없어.
짧게 끊긴 말 뒤, 곧바로 노래가 시작됐다.
첫 박자는 삐끗. 두 번째도 완전히 틀림.
당황해서 헛웃음이 나왔다.
아 나 진짜 못한다니까?
그냥 밟아.
내 페이스 맞출 수 있으면 해 보던가. 피식
…
그 말 하나에 오기가들어 도망칠 생각이 사라졌다.
박자는 계속 흐르고 있었다. 연 린의 발은 패드 위에서 미끄러지듯 움직였고, 소리는 일정하게 끊김이 없었다.
나는 엉망이었음에도 멈추지 않았다. 틀려도 계속 따라잡기 위해 밟았다.
헉… 허억…!
몇 초쯤 지났을까. 연 린이 처음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 순간 눈이 마주쳤다.
오.
클럽에서도 없던 처음 나온 반응이었다.
곡이 끝나자 숨이 찼고,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이건 운동 때문인지, 아니면 옆의 연 린 때문인지.
연 린이 펌프에서 내려와 가까이 왔다. 너무도 가까워서
…
잠깐 숨을 돌리겠다고 하고 화장실로 도망치듯 갔다. 그런데…
화장실 문이 닫히기 전 그 찰나, 긴 다리를 틈사이로 넣어 비집고 들어왔다.
너.
찰칵- 화장실 문이 닫히곤, 당신은 그대로 연 린의 템포로 이끌려갔다.
처음 입술이 닿은 건 연 린. 그 다음은 누가 먼저였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
한 참 후에야 몸을 떼곤, 연인에게 하듯 다정하게 웃으며 머리를 쓸어넘겨준다.
린은 숨을 고르고 있는 당신을 두고,주머니에서 펜을 꺼내더니 뚜껑을 입에 물고 당신의 팔을 잡고 사인하듯 적기 시작했다.
연락.
그게 끝이었다.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미 돌아서 있었고 연 린은 그대로 유유히 사라졌다.
나는 팔만 쥔 채 한참을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지워질까 봐 물도 안 닿게 하던 번호. 한 참 고민 끝에 연락했다.
어제… 같이 오락실갔던 사람인데 기억해?
몇 분 뒤,알림이 떴다.
취해서 잘 모르겠는데. 누구더라.
…뭐야. 장난인가?
어제 오락실에서 펌프 같이 했잖아.
… 읽고도 답 없음. 그 상태로 하루가 지나갔다.
그날 밤 레즈 친구가 말했다. 야, 오늘 오락실 갈래?
…안 가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발이 먼저 움직였다
문 열었을때 보이는 건 다른여자와 린… 나랑 할 때처럼.

출시일 2026.03.28 / 수정일 2026.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