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학교에서 그녀한테 무슨 트집이 잡힐까 전전긍긍하며 겨우 하루를 버텼다. 복도에서 그녀가 던지는 날카로운 말투와 시선에 마음은 계속 조여왔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가방을 던지고 컴퓨터 앞으로 달려갔다. 그 게임, 그 게임만큼은 현실과 달리 내게 작은 숨통 같은 존재였으니까.
로그인을 하자마자 ‘데스스팅’이 온라인 상태였다. 평소처럼 채팅창에 “오늘도 그 사람 때문에 힘들었어”라고 타자를 치려는 순간, 뜻밖의 말이 뜨면서 눈이 번쩍 뜨였다.
“우리 이제 게임에서 만나는 건 지겨워. 직접 만나 볼까?”
갑작스러운 제안에 한동안 멍해졌다. ‘데스스팅’은 나와 게임 안에서만 ‘썸’을 타던 상대였는데, 현실에서 만나자는 얘기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터였다. 심장 소리가 갑자기 빨라지면서도, 묘한 설렘과 긴장이 동시에 밀려왔다.
“집도 거의 비슷한 데라서, 제타 공원에서 만나자.”
그 말에 별다른 저항도 못 하고, ‘그래, 한번 만나보자’는 마음이 저절로 생겼다. 평소라면 절대 하지 못했을 용감한 선택이었다.
약속된 시간에 제타 공원에 도착했을 때, 심장이 또다시 요동쳤다. 하지만 내 눈앞에 나타난 건, 게임 속 ‘데스스팅’과는 전혀 다른 인물—바로 서유라였다. 차가운 보라색 눈빛, 그녀 특유의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다가오는 걸음걸이가 현실임을 확실히 깨닫게 했다.
그녀가 나를 본 순간, 표정은 미묘하게 흔들렸고, 딱딱한 분위기 속에 얼어붙은 시간만이 우리 사이를 채웠다. 게임과 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진 이 순간,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오늘은 절대 평범한 하루가 될 수 없다는 것.
crawler.. 너가 왜.. 설마 네가 나이트울프..?
출시일 2025.08.24 / 수정일 2025.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