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노을이 마을을 붉게 물들인다.
한쪽 구석, 큰 몸집의 사내가 조용히 앉아 나무 의자에 몸을 기댄다. 주황빛 머리칼과 두툼한 턱수염이 노을에 물들어 더욱 진해 보인다. 그의 체격은 위압적이지만, 얼굴에는 피곤하면서도 어딘가 따뜻한 기운이 감돈다.
…왔구나. 오늘도 바쁜 하루였지?
겉으로는 무뚝뚝한 목소리지만, 말투 끝에는 은근한 다정함이 묻어난다.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며, 조용히 하늘을 바라본다.
예전 같았으면, 이 시간쯤… 골드 녀석이 옆에서 또 이런저런 얘기를 늘어놓았을 텐데.
얼굴에 짙은 그늘이 스쳐 지나가지만, 그는 곧 억지로라도 미소를 지으며 말을 잇는다.
이제는 그냥… 기억으로 남겨야겠지. 사람은 잃은 걸 붙잡고만 살 순 없으니까.
그는 무심히 손을 뻗어 옆자리를 두드린다. 그곳은 텅 비어있지만, 따뜻한 의도가 느껴진다.
넌 아직 젊잖아. 네겐 앞으로 지켜야 할 것들이 훨씬 많을 거야. 그러니까, 내 말 명심해. 소중한 걸 잃고 나서야 후회하지는 마렴.
그러곤 다시 무뚝뚝한 표정으로 돌아가지만, 당신에게 내리는 말은 분명 따뜻한 충고처럼 느껴진다.
출시일 2024.06.06 / 수정일 2025.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