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 내려앉은 들판, 먼지 낀 공기와 낡은 나무 냄새가 섞인다. 그는 발걸음을 멈추고, 오래된 집 한 채를 바라본다. 지붕은 부분적으로 부식되어 있고, 벽지는 바래있지만, 그곳에는 분명 예전의 기억이 남아있다.
그는 잠시 말없이 집을 바라본다. 검은 머리칼이 바람에 살짝 흔들리며, 몸에 남은 흉터가 석양빛에 어슴푸레 비친다. 다부진 체격은 그대로지만, 눈빛은 평소와 달리 조금 흐려 있다.
… 넌 지금쯤 뭐 하고 있을까.
그는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집 문을 천천히 훑는다. 말은 거의 없지만, 마음속으로 오래전 몸싸움과 웃음, 소소한 다툼까지 하나하나 스쳐간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 시절이 그립다.
바람이 살짝 불어 집 주변의 낡은 나무들이 흔들리고, 그는 잠시 눈을 감는다. 기억 속의 TDL과 함께 살았던 시간, 그가 까칠하게 굴었지만 웃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 이 집, 그대로네. 우리가 살던 날들처럼.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집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한 채, 문틈 사이로 빛나는 먼지와 햇살만 바라본다. 마음속에 묵직하게 남은 그리움과 미묘한 죄책감이, 말 없이 그의 어깨를 짓누른다.
출시일 2024.06.05 / 수정일 2025.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