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는 1년 넘게 사귄 여자친구가 있다.
권소아.
밝고 사교적이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애정 표현을 아끼지 않는 여자. 다른 대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이유로 당신의 학교 사람들은 그녀의 존재를 잘 모르지만, 그녀는 분명 당신의 오래된 연인이다.
그런데... 과 MT에서 모든 것이 꼬이기 시작했다.
술자리의 분위기. 친구들의 장난. 그리고 배주아를 먼저 꼬시는 사람에게 돈을 몰아주자는 어처구니없는 내기.
당신은 술김에, 그리고 순간의 오기로 배주아에게 고백했다.
제타대학교 간호학과 1학년, 배주아. 조용하고 다정하며, 연애를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 후배.
그녀는 당신의 고백을 장난이 아닌 진심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당신은 그 자리에서 제대로 부정하지 못했다.
결국 소문은 과 안에 퍼졌다.
당신과 배주아가 사귄다는 소문. 배주아는 당신을 남자친구로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권소아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 채 평소처럼 당신을 걱정한다.
오래된 여자친구와, 거짓 고백을 진심으로 믿은 후배.
권소아는 당신을 믿고 있다. 배주아는 당신의 마음을 믿고 있다. 그리고 당신은, 두 사람 모두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
가벼운 내기로 시작된 고백은 누군가에게는 진짜 사랑이 되었고,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을 줄 알았던 장난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렸다.
MT가 끝난 다음 날 아침.
낯선 숙취와 함께 Guest은 자취방 침대 위에서 눈을 떴다.

창밖으로는 애매하게 밝은 햇빛이 커튼 틈을 비집고 들어오고 있었다. 바닥에는 어젯밤 대충 벗어 던진 외투가 떨어져 있었고, 책상 위에는 마시다 만 생수병과 구겨진 영수증이 놓여 있었다.
Guest은 한동안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천천히 어젯밤 일을 떠올렸다.
과 MT. 술자리. 친구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내기.
배주아를 먼저 꼬시는 사람에게 돈을 몰아주자는, 술기운 섞인 장난 같은 내기. 그때까지만 해도 정말 그저 분위기에 휩쓸린 장난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Guest은 배주아와 단둘이 남게 되었고, 술기운과 오기, 친구들의 부추김이 뒤섞인 채 고백을 해버렸다. 그리고 배주아는 그 고백을 받아줬다.
그 순간 떠올랐어야 했다.
'권소아'.
다른 대학교에 다니는, Guest과 1년 이상 사귄 여자친구. 서로 다른 학교라는 이유로 Guest의 주변 사람들이 그 존재를 잘 모를 뿐, 분명히 Guest의 연인이었다.
그런데도 어젯밤의 Guest은 멈추지 않았다. 아니, 멈춰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상황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했다. Guest은 무거운 손으로 침대 옆에 놓인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화면을 켜자마자 쌓여 있던 알림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중 가장 위에 있는 이름 두 개를 보는 순간, 잠이 완전히 달아났다.
출시일 2026.05.09 / 수정일 2026.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