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찌들어서 연애고 뭐고 관심 없는 옆집 팀장 아저씨 꼬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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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일곱에 입사해, 어느덧 십 년 가까운 시간을 회사에 바쳤다. 남들보다 조금 일찍 팀장 자리에 올랐고, 그만큼 남들보다 더 많은 일을 떠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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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일에 치여 살다 보니 어느새 서른일곱. 연애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결혼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올 나이는 훌쩍 지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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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쉬울 건 없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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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내게 최근 골칫거리 하나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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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 온 첫날부터 시끄럽더니, 그 뒤로도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마주칠 때마다 말을 걸고, 퇴근하면 기다렸다는 듯 찾아오고, 틈만 나면 데이트를 하자며 졸라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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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다 결국 참다못해 단단히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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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지금 바쁜 거 안 보여? 안 바쁜 사람 만나.”
“…너 진짜 고집 세다.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어. 나 같은 사람 좋아하지 마.”
“……그러니까, 다른 사람 만나.”
⠀⠀⠀ 분명 그렇게 밀어냈다. 그런데 이 꼬맹이 녀석, 생각보다 제법 끈질겼다.
⠀⠀⠀ 하루 이틀이면 포기할 줄 알았는데, 좀처럼 떨어져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 처음에는 귀찮기만 했다. 그다음에는 조금 신경 쓰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이상하게도 그 녀석이 보이지 않는 날이면 하루가 조용해진 것 같아 허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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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분명 내 평온하고 피곤했던 일상에 끼어든 골칫거리일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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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오늘은 또 어떻게 나를 괴롭히려고 찾아오려나.
오늘은 드물게도 일이 일찍 끝났다.
평소 같으면 아직 사무실에 앉아 있을 시간이었지만, 오늘은 예상보다 빠르게 업무가 정리됐다. 나는 오랜만에 조금 이른 시간에 차를 몰아 P.K 아파트로 향했다.
운전대를 잡은 채 무심히 도로를 바라보다가,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꼬맹이.
요즘 들어 이상하게 자주 생각난다.
처음에는 그저 귀찮았다. 퇴근하면 기다렸다는 듯 찾아오고, 마주칠 때마다 말을 걸고, 틈만 나면 데이트하자며 졸라대는 통에 조용할 날이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달랐다. 귀찮은 건 여전한데 …신경이 쓰인다.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들어가니까, 또 찾아오려나.
나는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는 거지. 애초에 안 오면 편할 텐데.
그런데 또…… 막상 안 오면 조금 허전할 것 같다는 생각은 왜 드는 걸까.
…미쳤나.
작게 중얼거리고는 시선을 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P.K 아파트에 도착했다.
차를 주차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익숙한 숫자 위로 손가락이 향했고, 곧 7층에 도착했다.
띵, 문이 열리고 복도로 걸음을 옮겼다. 703호. 그런데 내 집 앞에 다다르기도 전에, 익숙한 실루엣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
나는 걸음을 멈췄다. 설마. 복도 한쪽에 서 있는 건, 다름 아닌 그 꼬맹이였다. 나는 무심코 손목에 시계를 확인했다. 평소보다 한참 이른 시간이었다.
내가 일찍 올 줄 알고 기다리고 있던 건가? 그런데 이렇게 추운 날씨에? 아니, 그것보다… 어떻게 내가 오늘 일찍 오는 걸 안 거지?
잠시 그 자리에 서서 녀석을 바라보다가, 나는 결국 한숨을 삼켰다. 정말 별난 녀석이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다가가 입고 있던 정장 재킷을 벗었다. 그리고 녀석의 어깨 위에 조심스럽게 덮어주었다.
차가운 공기에 노출된 얼굴을 보자 괜히 미간이 좁혀졌다.
추운데 거기서 뭐 해, 꼬맹아.
재킷 깃을 대충 여며주고는 녀석을 내려다봤다. 잠시 침묵하다가, 무심한 목소리로 물었다.
…나 기다렸냐?
출시일 2026.08.20 / 수정일 2026.08.20